
아이슬란드 중앙 고원의 흐베라벨리르 지열 지대
By Bloody-libu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아이슬란드는 흔히 ‘불과 얼음의 나라’로 불린다. 광대한 빙하와 활화산이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슬란드의 지질학적 특징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흐베라벨리르(Hveravellir)이다. 아이슬란드 중앙 고원에 자리한 이 지열 지대는 온천과 분기공, 증기 분출구, 끓는 진흙 웅덩이가 한곳에 모여 있는 대표적인 자연 명소이다.
지구 내부의 열이 만들어 낸 풍경
흐베라벨리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이다. 땅에서는 뜨거운 증기가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진흙 웅덩이는 쉼 없이 끓어오른다.
이러한 지열 활동은 아이슬란드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갈라지는 경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구 내부의 열이 지표 가까이까지 쉽게 전달되면서 온천과 분기공 등 다양한 지열 현상과 화산 활동이 나타난다.
항공사진에 드러나는 거대한 눈
흐베라벨리르의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드러난다. 일부 온천은 중심부를 둘러싸고 여러 겹의 원형 무늬가 형성되어 있는데, 마치 거대한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아이슬란드 중부 흐베라벨리르 지열 지대의 분기공(噴氣孔, Fumarole)
By Roberto Iván Cano, CC BY 3.0, wikimedia commons.
이러한 무늬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실리카(이산화규소), 칼슘, 마그네슘 등 다양한 광물질이 뜨거운 물의 순환에 따라 침전과 퇴적을 반복하고, 온천수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더해지면서 고유한 색과 무늬가 형성된다. 지열이 만들어 내는 대류가 이러한 과정을 오랜 시간 반복하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눈처럼 보이는 독특한 풍경이 완성된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지열 지대
흐베라벨리르는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곳만은 아니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르는 분기공과 끓는 진흙 웅덩이, 다양한 온천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일부 구역에는 천연 노천온천도 있어 여행객들이 실제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지열 온수로 채워진 천연 노천온천
By Smiley.toerist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다만 지열 지대의 지표면은 매우 약한 곳이 많다. 얇은 지표 아래에는 고온의 물과 진흙이 흐르는 곳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비경
흐베라벨리르는 아이슬란드 중앙 고원의 산악도로(F-road)를 따라 접근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도로는 겨울철 눈으로 폐쇄되며, 일반적으로 여름에만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성 때문에 블루라군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에서 아이슬란드의 원시적인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앙 고원의 대표적 지열 관광지
By Manfred Morgner(KM21)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또한 이곳은 고원 트레킹과 4륜구동 여행 코스의 중요한 경유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려는 여행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아이슬란드를 움직이는 지열 에너지
아이슬란드에서 지열은 관광 자원을 넘어 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에너지이다. 섬 곳곳에 분포한 약 30개의 화산계에서 발생하는 풍부한 지열은 전국 주택의 약 90%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에도 활용된다.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낮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흐베라벨리르는 이러한 지열 에너지가 단순히 산업과 생활에 이용되는 자원이 아니라, 독특한 자연경관까지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이 완성한 거대한 예술 작품
흐베라벨리르의 온천과 진흙 웅덩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지구 내부의 열과 광물, 미생물,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함께 만들어 낸 살아 있는 지질 현장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거대한 눈 모양의 무늬는 자연이 수천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자, 아이슬란드가 세계적인 지열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풍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