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요리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일이 있다. 양파를 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따갑고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 현상이다. 단순히 양파 냄새가 강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양파가 가진 독특한 방어 시스템 때문이다.
양파의 방어 물질
식물은 움직여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화학적 방어기제를 발달시켰다.
평소에는 양파 세포 안의 여러 물질이 분리되어 있지만, 양파가 잘리거나 씹히면 세포 구조가 파괴된다. 이때 효소 반응이 일어나면서 여러 황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그중 하나가 프로판티알-S-옥사이드(propantial-S-oxide)라는 휘발성 물질이다.
이 물질은 공기 중으로 퍼져 눈 표면에 닿으면 감각 신경을 자극한다. 우리 몸은 자극 물질을 씻어 내기 위해 눈물샘을 활성화하고, 그 결과 양파를 썰 때 눈물이 흐르게 된다.
어떻게 눈까지 올까
흔히 양파의 자극 성분이 단순히 공기 중으로 천천히 퍼져 눈까지 도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생물환경공학과의 정성환(Sunghwan Jung) 교수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칼로 자르는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양파가 잘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실험에서는 칼날의 두께와 자르는 속도를 바꾸면서 양파 조직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무디고 두꺼운 칼날은 양파를 바로 절단하기보다 먼저 조직을 누르고 찌그러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양파 조직에는 탄성 에너지가 쌓이고, 절단되는 순간 그 에너지가 풀리면서 내부 물질이 미세한 방울 형태로 튀어나왔다.
즉 양파의 자극 성분은 단순히 증발해 퍼지는 것만이 아니라, 자르는 순간 작은 액체 방울과 함께 주변으로 분사될 수도 있다.
날카로운 칼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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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연구팀의 실험은 날카로운 칼로 천천히 양파를 자를 때, 양파에서 튀어나오는 자극성 미세 방울의 양과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잘 드는 칼은 양파 조직을 덜 짓누르고 비교적 깔끔하게 절단한다. 반대로 무딘 칼은 양파를 누르고 찌그러뜨리면서 더 많은 세포를 손상시키고, 그만큼 더 많은 자극 물질을 방출하게 만든다.
결국 양파를 썰 때 눈물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힘을 주어 빠르게 자르는 것이 아니라, 잘 갈린 칼로 천천히 자르는 것이다.
눈물을 줄이는 다른 방법
양파를 차갑게 보관했다가 자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온도가 낮아지면 화학 반응과 휘발성 물질의 확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자르거나, 자른 단면이 얼굴 쪽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자극 물질이 눈에 도달하는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