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미얀마의 고대 불교 도시 바간
By © Vyacheslav Argenberg, CC BY 4.0, wikimedia commons.
미얀마(Myanmar) 중부의 넓은 평원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지 위로 붉은 벽돌 사원과 불탑들이 솟아 있는 곳, 바로 바간(Bagan)이다.
오늘날 바간은 미얀마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모여 있는 장소가 아니다. 한때 동남아시아에서 번성했던 바간 왕국의 수도였으며,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1만 개의 사원이 있었던 도시
바간의 황금기는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이어졌다. 당시 바간 왕국의 왕과 귀족들은 불교 신앙을 표현하고 공덕을 쌓기 위해 경쟁하듯 사원과 불탑을 세웠다. 그 결과 이라와디강 주변 평원에는 한때 약 1만 개에 달하는 불교 사원, 파고다, 수도원이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수백 년의 세월과 자연 풍화, 반복되는 지진으로 많은 건축물이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약 2,000개가 넘는 사원과 불탑이 남아 있으며, 오랜 세월을 거쳐 온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바간은 2019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바간을 대표하는 세 개의 사원
수많은 유적 가운데에서도 바간의 역사와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들이 있다.
♦ 아난다 사원(Ananda Temple) ᅳ 바간 건축의 보석

미얀마 바간을 대표하는 불교 건축 걸작, 아난다 사원
By Gerd Eichmann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아난다 사원은 11세기 말 세워진 바간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이다. 흰색 외벽과 균형 잡힌 건축미 때문에 “바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사원 내부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을 향한 거대한 불상이 있으며, 정교한 조각과 독특한 구조는 바간 시대 불교 건축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인도 불교 건축의 영향을 받은 양식과 섬세한 장식은 당시 바간이 주변 문화와 활발하게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 담마양지 사원(Dhammayangyi Temple) ᅳ 바간 최대 규모의 사원

웅장한 벽돌 건축으로 유명한 바간 최대 규모의 사원, 담마양지
By Justin Vidamo, CC BY 2.0, wikimedia commons.
바간 평원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사원이 담마양지 사원이다. 12세기 나라투 왕 시대에 건설된 이 사원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유명한 것은 정교한 벽돌 축조 기술이다. 전설에 따르면 나라투 왕은 벽돌 사이에 바늘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시공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투 왕의 잔혹한 통치와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이야기 때문에 담마양지는 웅장함과 함께 어두운 전설도 간직한 사원으로 남아 있다.
♦ 쉐지곤 파고다(Shwezigon Pagoda) ᅳ 황금 불탑의 상징

바간 왕국이 남긴 황금빛 불교 유산, 쉐지곤 파고다
By DIMMIS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쉐지곤 파고다는 바간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 유적 가운데 하나이다. 11세기 아노라타 왕이 건설을 시작했고 후대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에는 부처의 뼈 사리와 치아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전해지며, 오랜 세월 미얀마 불교 신자들의 중요한 순례지가 되어 왔다.
눈부신 황금빛 돔 형태의 불탑은 이후 미얀마 불탑 건축 양식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미얀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황금 파고다 문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건축적 기준이 된 장소이다.
평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
바간의 특별함은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아니라 넓은 평원 전체가 하나의 역사 공간이라는 점이다.
새벽이면 안개 속에서 수많은 탑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내고, 저녁이면 붉은 노을이 천 년 된 벽돌 사원을 물들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원들의 풍경은 오늘날 바간을 세계적인 여행지로 만든 가장 큰 이유이다.
사라지는 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
하지만 바간의 유산은 자연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지진 활동이 있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2016년 발생한 강한 지진으로 많은 사원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 바간의 모습을 미래 세대에게 남기기 위한 보존 작업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문화유산 보존이다. 비영리 단체 사이아크(CyArk)와 Google Arts & Culture는 3D 레이저 스캔과 사진 데이터를 이용해 바간의 사원들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했다.
▶ Google Arts & Culture: Bagan, 바로가기
이 작업 덕분에 훼손 위험이 있거나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유적도 가상 공간에서 다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천 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불교 도시
바간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감상하는 일이 아니다. 천 년 전 사람들이 남긴 신앙, 왕국의 흔적, 그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진 문화의 기억을 만나는 일이다.
광활한 평원 위에 남아 있는 수천 개의 사원과 불탑. 바간은 지금도 천 년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고대 불교 도시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