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의 F와 J 키에 작은 돌기가 있는 이유

키보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F와 J 키 아래쪽에 작은 돌기가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작아서 의식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장식이나 제조 과정에서 생긴 흔적은 아니다.

손가락이 돌아갈 자리

쿼티(QWERTY) 키보드의 홈 로(home row)와 홈 키의 양손 손가락 기본 위치

쿼티(QWERTY) 키보드의 홈 키와 양손 손가락의 기본 위치

By Cy21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일반적인 쿼티(QWERTY) 키보드에서 양손 손가락을 올려놓는 기본 위치의 키들을 홈 키(home keys)라고 한다. 왼손 손가락은 A·S·D·F에, 오른손 손가락은 J·K·L·;에 놓는다. 엄지손가락은 스페이스바를 담당한다.

노트북 키보드에도 F와 J 키에 위치 표시 돌기가 올라와 있다.

노트북 키보드, F와 J 키의 위치 표시 돌기

By Yogazsor72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이때 왼손 검지는 F에, 오른손 검지는 J에 자리한다. 검지 끝으로 두 키의 돌기를 느끼면 키보드를 내려다보지 않고도 양손이 올바른 위치에 놓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손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가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검지로 두 돌기를 찾으면 나머지 손가락도 자연스럽게 기본 위치로 돌아간다.

키보드를 보지 않고 입력하는 방법

키보드를 내려다보지 않고 손가락의 기억으로 입력하는 방식을 터치 타이핑(touch typing)이라고 한다. 각 손가락은 자신이 담당하는 키를 누르고 다시 홈 로(Home row: A·S·D·F와 J·K·L·;가 놓인 키보드의 가로줄)로 돌아온다.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글자를 찾기 위해 키보드와 화면 사이로 시선을 계속 옮길 필요가 없다.

화면에 시선을 둔 채 입력하면 작성 중인 문장과 오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F와 J의 작은 돌기는 이처럼 빠르고 정확한 입력을 돕는 출발점이다.

숫자 키패드의 5에도 돌기가 있다

자판의 숫자판 한 가운데 5자 키에 돌기 표시가 되어 있다.

숫자 키패드의 5 키에 있는 위치 표시 돌기

By Sherool,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오른쪽에 숫자 키패드가 있는 키보드라면 숫자 5에서도 비슷한 돌기를 발견할 수 있다. 숫자 키패드에서 5는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가운데손가락으로 5의 돌기를 찾으면 주변 숫자의 위치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계산기와 전화기 등 여러 숫자 키패드에서도 숫자 5에 촉각 표시를 두는 경우가 많다. 모양과 위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손가락이 기준 위치를 찾게 한다는 원리는 같다.

2002년에 처음 발명됐을까?

인터넷에서는 F와 J 키의 돌기를 준 E. 보티치(June E. Botich)가 2002년에 발명했다는 설명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티치의 특허가 출원되기 전에도 키의 위치를 알려 주는 촉각식 홈 로 표시가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보티치가 2002년에 출원한 특허는 오늘날 F와 J에서 볼 수 있는 중앙의 돌기가 아니었다. 홈 로를 이루는 키들의 바깥쪽 가장자리를 높여 손가락의 위치를 알려 주는 별도의 방식이었다.

구체적으로는 A 키의 왼쪽과 F 키의 오른쪽, J 키의 왼쪽과 세미콜론 키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높였다. 양손이 놓이는 두 영역을 돌출된 가장자리로 둘러싸 손가락이 기본 위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해당 특허 문서에도 키 중앙에 돌기가 있는 접착식 촉각 표시가 기존 기술로 소개돼 있다. 따라서 보티치를 F와 J 돌기의 최초 발명자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만으로는 오늘날과 같은 F와 J 돌기의 최초 발명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눈보다 손이 먼저 이해하는 설계

F와 J의 돌기는 특별한 기능을 실행하지도, 입력 결과를 바꾸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는 두 돌기를 기준으로 양손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른 키로 움직일 준비를 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는 이처럼 눈보다 손이 먼저 이해하는 설계가 숨어 있다. 키보드를 보지 않고 손을 올려놓으면 두 검지 끝에 닿는 작은 돌기가 양손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려 준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