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하늘을 바라보면 별들은 모두 제자리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몇 달 뒤 같은 시각에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별자리들이 나타나 있다. 겨울밤을 장식하던 오리온자리(Orion)는 자취를 감추고, 여름이 되면 전갈자리(Scorpius)가 남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다.
별들이 계절에 맞춰 실제로 먼 곳으로 이동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계절마다 보이는 별자리가 달라지는 것은 지구가 자전하는 동시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별자리란 무엇인가
별자리는 하늘의 별들을 가상의 선으로 이어 사람이나 동물, 사물의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같은 별의 배열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해석되었다. 오늘날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별자리는 단순히 별을 이은 그림이 아니라, 국제천문연맹이 경계를 정한 하늘의 일정한 구역을 의미한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된 별자리는 모두 88개다.

큰곰자리(Ursa Major)의 별들을 연결한 그림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의 몸통과 꼬리 부분)
By NOIRLab – Ursa Major, CC BY 4.0, wikimedia commons.
잘 알려진 북두칠성도 그 자체가 공식 별자리는 아니다. 북두칠성은 큰곰자리(Ursa Major)를 이루는 별들 가운데 밝은 일곱 별을 가리키는 별무리다. 유럽에서는 이 별무리를 쟁기나 수레에 비유했고, 로마인은 ‘일곱 마리의 쟁기소’라는 뜻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별들이 밤사이 움직이는 까닭
밤이 깊어지면 별들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지구가 약 24시간에 한 번씩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겉보기 운동이다. 우리가 회전하는 지구 위에 서 있기 때문에 하늘이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북쪽 하늘에서는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듯이 보인다. 북극성(Polaris)은 지구의 자전축을 북쪽으로 연장한 지점인 북천의 북극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밤이 지나도 위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을 이용해 작은곰자리(Ursa Minor)의 북극성(Polaris)을 찾는 방법
By Bonč,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북극성은 별자리의 이름이 아니라 작은곰자리(Ursa Minor)에 속한 별이다. 한국처럼 북반구 중위도에 있는 지역에서는 일 년 내내 북쪽 하늘의 거의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다만 구름이나 지형에 가릴 수 있으므로 언제나 눈에 보인다는 뜻은 아니다.
계절마다 별자리가 바뀌는 까닭
밤사이 별들이 움직이는 것은 지구의 자전 때문이지만, 계절마다 보이는 별자리가 달라지는 것은 지구의 공전 때문이다.
지구의 밤인 쪽은 언제나 태양의 반대 방향을 향한다. 그런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 밤에 바라보는 우주의 방향도 계속 달라진다. 지금은 밤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가 약 6개월 뒤에는 태양과 같은 방향에 놓이기도 한다. 이때 그 별자리는 주로 낮 하늘에 떠 있기 때문에 강한 태양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NASA의 별자리 설명에서도 계절에 따라 관측되는 별자리가 달라지는 이유를 지구의 공전에 따른 관측 방향의 변화로 설명한다.
겨울의 오리온자리

오리온자리(Orion)가 빛나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
By Akira Fujii,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오리온자리(Orion)는 북반구의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다. 한국에서는 겨울 저녁 남동쪽에서 떠올라 남쪽 하늘을 지나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리온자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허리 부분에 나란히 놓인 세 별이다. 이른바 ‘오리온의 허리띠’로 불리는 이 별들은 비교적 밝고 배열도 뚜렷해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찾기 쉽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 초여름이 되면 오리온자리는 태양과 가까운 방향에 놓인다. 하늘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로 낮 하늘에 떠 있어 태양빛에 가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북반구의 여름 저녁에는 오리온자리를 보기 어렵다. 이후 늦여름이 되면 오리온자리는 해가 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름의 전갈자리

붉은 별 안타레스(Antares)와 굽은 꼬리가 두드러지는 전갈자리(Scorpius)
By Torsten Bronger,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전갈자리(Scorpius)는 북반구의 여름밤을 대표하는 별자리다. 한국에서는 여름 저녁 남쪽 하늘의 비교적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다. 밝은 별 안타레스(Antares)가 전갈의 심장에 해당하고, 별들이 길게 이어지며 휘어진 꼬리 모양을 이룬다.
오리온자리와 전갈자리는 천구에서 거의 반대편에 놓여 있다. 따라서 오리온자리가 겨울 저녁 하늘에서 잘 보일 때 전갈자리는 태양과 가까운 방향에 있어 보기 어렵다. 반대로 여름 저녁에 전갈자리가 나타나면 오리온자리는 태양 쪽 하늘에 놓인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두 별자리의 이러한 관계를 이야기로 설명했다. 거대한 사냥꾼 오리온을 죽인 전갈이 전갈자리가 되었으며, 두 존재가 다시 만나지 못하도록 서로 멀리 떨어진 하늘에 놓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갈자리가 동쪽에서 떠오를 무렵이면 오리온자리는 서쪽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봄과 가을에도 대표 별자리가 있다
계절별로 대표적인 별자리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 봄: 사자자리(Leo)
- 여름: 전갈자리(Scorpius)
- 가을: 페가수스자리(Pegasus)
- 겨울: 오리온자리(Orion)
가을철 페가수스자리에서 눈에 잘 띄는 ‘페가수스의 대사각형’은 네 별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중 한 별은 실제로 이웃한 안드로메다자리(Andromeda)에 속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별을 이어 만든 익숙한 도형과 현대 천문학에서 정한 별자리의 경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별자리는 매일 조금씩 일찍 나타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각에 밤하늘을 관찰하면 별자리는 전날보다 조금 서쪽으로 이동해 보인다.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동안에도 태양 주위를 조금씩 공전하기 때문이다.
별이 하늘의 같은 위치에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인 항성일은 약 23시간 56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24시간보다 약 4분 짧다. 따라서 별들은 전날보다 약 4분 일찍 같은 위치에 도달한다. 이 차이가 한 달 동안 쌓이면 약 2시간, 6개월이면 약 12시간이 된다.
그 결과 겨울 저녁에 보이던 오리온자리는 봄이 되면 서쪽으로 일찍 지고, 여름에는 낮 하늘로 옮겨 간다. 같은 시기 전갈자리는 저녁 하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태양도 별자리 사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바라본 태양도 일 년에 걸쳐 별자리 사이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이 천구 위에서 지나가는 겉보기 경로를 황도라고 한다.
태양이 어떤 별자리 앞을 지나갈 때 그 별자리는 태양빛에 가려 관측하기 어렵다. 몇 달 뒤 지구의 위치가 바뀌어 그 별자리가 태양의 반대 방향에 놓이면 밤하늘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결국 계절마다 별자리가 바뀌는 것은 별들이 계절에 따라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 아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밤에 바라보는 우주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겨울의 오리온자리와 여름의 전갈자리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쌍이다.
별자리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를 바라보는 지구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공식 라틴어 명칭은 국제천문연맹의 별자리 목록을 기준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