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
By Matthew Paul Argall – Own work, CC BY 3.0, wikimedia commons.
택배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어느새 고양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비싼 고양이 집을 놔두고 굳이 평범한 종이상자를 차지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왜 이렇게 상자를 좋아할까?
낯선 환경과 은신처
고양이에게 몸을 숨기는 것은 낯선 환경이나 위협에 대처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특히 동물보호소처럼 처음 접하는 환경은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숨을 수 있는 상자를 제공하면 실제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 연구진이 실험을 진행했다.
상자와 스트레스 감소
2014년 연구진은 동물보호소에 새로 들어온 고양이 19마리를 두 집단으로 나눴다. 10마리에게는 숨을 수 있는 상자를 제공했고, 나머지 9마리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14일 동안 고양이의 자세와 행동을 관찰하고 고양이 스트레스 점수(Cat-Stress-Score, CSS)를 이용해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했다.
상자를 제공받은 고양이는 관찰 3일째와 4일째 상자가 없었던 고양이보다 스트레스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다. 상자가 있는 고양이들은 약 3일 만에 낮은 스트레스 수준에 도달한 반면, 상자가 없는 집단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약 14일째였다.
연구진은 숨을 수 있는 상자를 제공하는 것이 보호소에 새로 들어온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후속 연구에서도 확인된 효과
2019년에는 보호소에 새로 들어온 고양이 23마리를 대상으로 비슷한 무작위 대조 연구가 진행됐다. 12마리에게는 숨을 수 있는 상자를 제공하고, 11마리에게는 제공하지 않은 뒤 12일 동안 변화를 관찰했다.
두 집단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스트레스 점수가 낮아졌다. 상자를 제공받은 고양이들은 상자가 없는 고양이들보다 낮고 안정적인 스트레스 수준에 더 빨리 도달했다. 그 차이는 약 7일이었다.
숨을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
이들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상자 자체라기보다 고양이가 원할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낯선 환경에 놓인 고양이는 숨는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소처럼 제한된 공간에서는 고양이가 원하는 장소를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렵다. 이때 상자는 필요할 때 몸을 감출 수 있는 은신처가 될 수 있다.
연구 결과의 범위와 한계
그렇다고 고양이가 상자에 들어가는 모든 행동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두 연구는 낯선 보호소 환경에 새로 들어온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숨을 수 있는 상자의 제공 여부에 따라 스트레스와 적응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다.
두 연구에서 모두 상자를 제공받은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보다 낮은 스트레스 수준에 더 빨리 도달했다. 이는 낯선 환경에서 고양이에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