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고소득층의 부가 늘어나면 그 혜택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까? 아니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 더 효과적일까? 이러한 상반된 관점은 흔히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와 분수효과(fountain effect)라는 말로 비유적으로 표현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낙수효과

낙수효과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가 기업의 세금을 줄이거나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의 투자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면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늘어난 가계소득은 다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경우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늘어난 가처분소득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활동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처음에는 기업이나 고소득층에 돌아갔던 혜택이 다른 계층으로 확산될 수 있다. 위에서 넘친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듯 경제적 혜택이 사회 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
낙수효과가 나타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문제는 기업이나 고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해서 그 돈이 반드시 새로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기업은 경기 전망이 좋지 않거나 미래가 불확실하면 늘어난 이익을 당장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 고소득층 역시 추가로 얻은 소득을 모두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저축하거나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간 혜택이 다른 계층으로 확산되려면 실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소득분배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상위 20% 계층의 소득 비중이 증가하면 이후 경제성장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하위계층과 중산층의 소득 비중 증가는 경제성장과 양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자동적으로 사회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기업이나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과 투자 촉진 정책이 경제성장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의 투자비용을 낮추거나 생산적인 투자를 촉진하는 세제정책이 장기적인 생산과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낙수효과의 성패는 위쪽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느냐보다 그 혜택이 실제 투자와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분수효과

낙수효과와 반대 방향에서 경제의 순환을 바라보는 표현이 분수효과다. 분수에서 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듯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그 효과가 기업과 경제 전체로 확산된다는 생각이다.
이 논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경제학 개념이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이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로 얻은 소득 가운데 얼마만큼을 소비하는지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나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 가계는 추가 소득을 소비로 돌리는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생활비가 빠듯한 가정에 추가 소득이 생기면 식료품이나 의류, 외식, 공과금 등 생활에 필요한 지출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된 돈은 다시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된다. 소비자의 지출이 가게와 기업의 매출이 되고, 늘어난 매출이 생산과 고용을 증가시키면 또 다른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다. 그 소득의 일부가 다시 소비되면서 돈이 경제 안을 순환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수효과의 논리는 이러한 과정에 기초한다.
분수효과가 나타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분수효과 역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추가로 얻은 소득이 모두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가계가 빚을 갚거나 저축을 늘리면 당장의 소비 증가 효과는 작아진다. 소비가 증가하더라도 수입품 구매로 이어진다면 돈의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줄어든다.
경제가 이미 생산능력의 한계에 가까운 상황이라면 수요 확대가 생산 증가보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가 재정지출이나 감세를 통해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 경우에는 재원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재정지출 확대가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고,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느냐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분수효과 역시 소득 증가가 실제 소비로 얼마나 이어지고, 늘어난 소비가 국내 생산과 고용을 얼마나 자극하느냐가 중요하다.
위에서 흐르는 물과 아래에서 솟는 물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의 차이는 경제적 파급효과의 출발점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있다. 낙수효과가 기업의 투자와 고소득층의 경제활동을 통한 파급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둔다면, 분수효과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소비와 총수요를 확대하는 경로에 주목한다.
그렇다고 낙수효과를 단순히 ‘부자에게 돈을 몰아주는 정책’, 분수효과를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나눠주는 정책’이라고 이해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현실 경제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투자할 이유가 줄어들고, 소비가 증가하더라도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느냐,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느냐만이 아니다. 돈이 경제 안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순환하고, 그 과정에서 투자·생산·고용·소득이 얼마나 함께 증가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