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제리 타실리 나제르에서 발견된 ‘둥근 머리’ 시기의 인간 형상 암벽화.
By Fondazione Passaré,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둥근 머리 인간
오늘날 사하라 사막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바위의 땅이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초원과 숲, 호수가 펼쳐진 비옥한 지역이었다. 기린과 코끼리, 하마 같은 동물이 살았고, 사람들은 사냥과 채집을 하며 생활했다.
그들이 남긴 수많은 암벽화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것이 바로 ‘둥근 머리(Round Heads)‘라 불리는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다. 사람처럼 보이지만 얼굴에는 눈과 코, 입이 전혀 없고, 어떤 그림은 사람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다. 이 독특한 그림들은 지금도 고고학자들에게 가장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얼굴 없는 거인들
둥근 머리 암벽화는 알제리의 타실리 나제르(Tassili n’Ajjer)와 리비아의 아카쿠스(Acacus) 산악지대에서 발견된다. 사하라 암벽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래된 작품군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 8,000~6,0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얼굴이다. 몸은 분명 사람인데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고 둥근 형태만 남아 있다. 일부 인물은 팔을 벌리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사람보다 몇 배나 크게 그려진 모습도 있다.
누구를 그린 것일까?

신체 장식을 한 인간 형상: ‘주머니를 단 무용수’
By Fondazione Passaré,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많은 연구자들은 거대한 크기와 비현실적인 모습 때문에 이들이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의식을 집전하는 주술사나 종교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을 그린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당시 사람들이 경험했던 환각이나 종교적 체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해석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
이탈리아의 고고학자 파브리치오 모리(Fabrizio Mori)는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둥근 머리 암벽화가 인류의 종교관이 변화하던 순간을 보여 주는 흔적이라고 보았다. 이전까지는 사자나 소 같은 동물이 신성한 존재로 숭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시기부터 인간은 자신과 닮은 모습을 한 신을 상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알제리 타실리 나제르의 아우안르헤트에서 발견된 ‘뿔 달린 여신’ 암벽화.
By Unrecorded artist,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모리는 이를 《창세기》의 표현에 빗대어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닮은 신을 만들어 낸 시대”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 역시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이지만, 둥근 머리 암벽화를 이해하는 대표적인 가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둥근 머리 암벽화는 발견된 지 오래되었지만, 왜 얼굴을 표현하지 않았는지, 왜 거대한 크기로 그렸는지, 또 누구를 표현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한 답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미해결의 상태가 이 암벽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수천 년 전 사하라 사람들은 왜 얼굴 없는 거인을 바위 위에 남겼을까.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고학자들의 연구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