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목에는 뼈와 인대로 만들어진 좁은 통로가 있다. 이것을 손목터널(carpal tunnel)이라고 한다. 손목을 이루는 작은 손목뼈들이 터널의 바닥과 벽을 이루고, 손바닥 쪽을 단단한 가로손목인대가 덮으면서 좁은 통로가 만들어진다. 이 좁은 공간 안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손의 감각을 담당하는 중요한 신경인 정중신경(median nerve)이 지나간다.
좁은 공간에서 눌리는 신경

손목터널 안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손목터널증후군의 구조
By John Doe, CC0, wikimedia commons.
손목터널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뼈와 강한 인대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내부 조직이 부어도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반복적인 손 사용이나 여러 원인으로 힘줄 주변 조직에 염증과 부종이 생기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작은 공간 안에서 부은 조직이 정중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뿐 아니라 임신, 당뇨, 갑상샘 질환 등으로 인한 조직 변화도 손목터널증후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중신경은 손의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이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정상적인 감각 전달이 방해받고 손 저림이나 이상 감각이 나타난다.
왜 특정 손가락만 저릴까?

정중신경 압박으로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의 구조
By Miluo90178899,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손목터널증후군의 특징은 손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정중신경이 담당하는 영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중신경은 주로 엄지손가락,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절반 감각을 담당한다. 그래서 이 부위에서 저림, 화끈거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기 쉽다.
반대로 새끼손가락은 다른 신경인 자신경(ulnar nerve)이 담당하기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에서는 보통 영향을 덜 받는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낮보다 밤이나 새벽에 손 저림을 더 심하게 느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잠자는 동안의 손목 자세와 관련이 있다.
사람은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구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자세는 손목터널 내부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미 좁아진 공간에서 압력이 더 올라가면 정중신경이 더 압박되고, 손 저림이나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하는 손목 고정 보호대
By SPUI – Own wor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초기에는 밤에 손목이 과하게 구부러지지 않도록 손목 보호대를 이용해 고정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
증상이 가벼운 초기에는 손목 사용 습관을 조절하고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손목 보호대 사용, 약물 치료, 염증을 줄이기 위한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정중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가로손목인대를 절개해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 만드는 큰 불편함
손목터널증후군은 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손목이라는 좁은 통로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작은 공간 변화가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그 결과 손끝의 저림과 감각 이상이라는 불편한 증상으로 이어진다.
손목 속 몇 센티미터의 작은 통로가 우리의 손 감각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