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리는 게 있으니 화내는 거’ 아닐 수도 있다

자신에게 가해진 모함에 대하여 결백을 주장하는 남자

누군가 잘못을 추궁받다가 갑자기 화를 내면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찔리는 게 있으니까 저렇게 화내는 거 아냐?”

차분하게 설명하면 오히려 믿음이 가고,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부인하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의 분노는 정말 죄책감의 신호일까?

화를 내면 더 의심한다

2021년 국제학술지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 「Anger Damns the Innocent」(분노는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사람들이 혐의를 받은 사람의 분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조사했다.

총 6개의 연구에는 온라인 참가자뿐 아니라 사기 조사관과 감사 업무 종사자 같은 현업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대체로 혐의를 받은 사람이 화를 낼수록 그가 실제로 잘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의 직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추궁했는데 상대가 갑자기 화를 내면 그 분노 자체가 의심의 근거가 되기 쉽다. 문제는 그 직관이 실제 죄책감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억울한 사람도 화가 난다

연구진은 이어 실제로 혐의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과거 자신이 정당하게 또는 거짓으로 혐의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그 결과 거짓으로 혐의를 받았던 사람들은 정당하게 혐의를 받았던 사람들보다 더 큰 분노를 느끼고 표현했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국 한 대학의 참가자 230명을 대상으로 실험실에서 실제 혐의 상황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과제를 수행한 뒤 거짓 또는 정당한 혐의를 받도록 했고, 연구진은 이때 느끼는 분노와 부당함을 측정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거짓으로 혐의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더 큰 분노가 나타났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결과만은 아니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몰리면 억울하고 화가 날 수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상대가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 분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찔리는 사람의 반응’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오히려 억울한 사람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화내도 의심받고, 침묵해도 의심받는다

그렇다면 화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까? 연구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혐의에 침묵한 사람 역시 결백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연구에 따라서는 침묵한 사람이 화를 내며 혐의를 부인한 사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유죄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화를 내면 “찔리는 게 있으니까 화를 낸다”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반박하지 못하는 걸 보니 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분노나 침묵 같은 반응만으로 그 사람의 죄책감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같은 행동도 얼마든지 다른 이유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는 죄책감의 증거가 아니다

물론 이 연구가 “화를 내는 사람은 결백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잘못한 사람도 화를 낼 수 있고, 억울한 사람도 침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노 그 자체를 죄책감의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분노를 유죄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거짓으로 혐의를 받은 사람들이 더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논문의 제목인 「Anger Damns the Innocent」, 즉 ‘분노는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는 말이 가리키는 것도 바로 이런 역설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반응에서 그 사람이 잘못했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같은 분노라도 그 이유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

누군가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저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찔리는 게 있나 보다.”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정말로 억울해서 화가 난 것일 수도 있다.

 


참고자료

DeCelles, K. A., Adams, G. S., Howe, H. S., & John, L. K. (2021). Anger Damns the Innocent. Psychological Science, 32(8), 1214–1226.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