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알이는 말을 배우기 위한 연습일까?
생후 몇 개월이 지나면 아기는 “아-“, “우-“, “바바바”처럼 다양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런 옹알이를 흔히 말을 배우기 위한 연습 과정으로 생각한다. 아직 의미 있는 말을 하지 못하니 입과 혀를 움직이며 발성을 익히는 단계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옹알이가 단순한 발성 연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B.A.B.Y. 연구소 연구진은 두 차례의 연구를 통해 아기가 단순히 소리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성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생후 2~5개월 사이에 배우기 시작하며, 5개월 무렵에는 그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다시 말해, 아기는 말을 배우기 전에 먼저 ‘대화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사회적 규칙을 익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언어보다 먼저 시작되는 상호작용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운다. 하지만 울음과 옹알이는 같은 발성이 아니다. 울음은 배고픔이나 불편함처럼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신호에 가깝다. 반면 옹알이는 특별한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울음이 아닌 발성(non-cry vocalization)이 단순한 소리인지, 아니면 사회적 의사소통의 시작인지 궁금해했다.
이미 부모가 아기의 옹알이에 웃어 주거나 말을 걸어 주고, 같은 소리를 따라 하는 행동이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은 남아 있었다. 아기는 언제부터 ‘내가 소리를 내면 누군가가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일까?
성인이 갑자기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면
2009년 연구에서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생후 5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연구자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했다. 그러다 갑자기 표정을 바꾸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스틸 페이스(Still Face) 실험이라고 한다. 영아가 상대의 반응을 얼마나 기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흥미롭게도 성인의 반응이 끊기자 아기들은 처음부터 조용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에서는 기대하던 반응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행동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소거 폭발(extinction burst)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아기들이 더 많은 옹알이를 한 것도 같은 원리로 해석했다. 자신이 아무리 소리를 내도 상대가 반응하지 않자 발성을 더욱 늘려 다시 상호작용을 회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아기들은 옹알이를 줄이고 상대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결과는 생후 5개월의 아기가 이미 자신의 행동과 타인의 반응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그 능력은 언제 생길까?
후속 연구에서는 이 능력이 언제부터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생후 2개월 영아와 5개월 영아를 비교했다. 실험은 동일했다. 성인이 먼저 상호작용하다가 갑자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두 연령 사이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생후 2개월 영아는 성인의 태도가 바뀌어도 옹알이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생후 5개월 영아는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먼저 옹알이를 크게 늘린 뒤, 반응이 계속 없으면 조용해졌다. 또한 평소 보호자가 옹알이에 자주 반응해 준 아기일수록 이러한 반응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후 2개월에서 5개월 사이에 아기가 자신의 발성과 상대의 반응 사이의 관계를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고 결론 내렸다.
단어보다 먼저 규칙을 배운다
우리는 흔히 언어 발달을 단어를 하나씩 익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넬대 연구가 보여준 것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아기는 먼저 단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규칙을 배운다. 내가 소리를 내면 상대가 반응하고, 그 반응에 다시 내가 응답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의사소통의 기본 원리를 익혀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모가 아기의 옹알이에 웃어 주고, 따라 해 주고, 말을 건네는 행동은 단순한 애정 표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순간 아기는 자신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