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로 흐르는 거대한 물길, 러시아의 강과 호수

러시아의 주요 강과 수계의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

러시아의 주요 강과 수계 분포 지도(Natural Earth 자료)

By Kmusser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끝없는 대륙을 하나로 묶는 물길

러시아(Россия, Russia)의 지도를 펼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육지이다. 그러나 그 넓은 땅의 내부를 실제로 연결하는 것은 강과 호수다. 유럽 러시아의 도시들은 볼가강을 따라 성장했고, 시베리아의 세 대하는 대륙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북극해로 흐른다. 바이칼호는 세계에서 담수량이 가장 많은 호수이며, 북서부의 라도가호와 오네가호는 강과 운하를 통해 여러 바다로 이어진다.

러시아의 물길을 살펴보면 이 나라의 지형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서쪽의 강들은 오래전부터 도시와 교역로를 연결했고, 시베리아의 강들은 광대한 삼림과 영구동토 지역을 지나며 남북을 잇는다. 강과 호수는 러시아의 자연경관일 뿐 아니라 사람이 정착하고 이동하며 산업을 일으킨 기반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바다로 향하는 강들

볼가강 하류 제방에서 바라본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두물머리 전경

볼가강 하류 제방에서 바라본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두물머리(볼가강과 오카강의 합류점) 전경

By Алексей Трефилов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러시아의 강들은 북극해와 태평양으로 흘러들거나, 발트해·흑해처럼 대서양과 연결된 바다로 향한다. 일부는 외해로 나가지 않고 카스피해와 같은 내륙 수역으로 흘러든다. 특히 시베리아의 넓은 지역이 북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어 있어 오비강, 예니세이강, 레나강 같은 대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

극동의 아무르강은 상당 구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을 이루며 흐르다가 타타르 해협으로 들어간다. 유럽 러시아에서는 볼가강이 카스피해로, 돈강이 아조프해로, 네바강이 발트해의 핀란드만으로 흐른다.

이처럼 러시아의 강들은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바다를 향해 흐르면서 유럽 러시아와 시베리아, 극동을 구분하는 자연의 골격을 이룬다.

유럽 러시아의 중심을 흐르는 볼가강

볼가강 유역과 주요 지류를 나타낸 지도

볼가강 유역과 주요 지류를 나타낸 지도

By Karl Musser – Own work, CC BY-SA 2.5, wikimedia commons.

볼가강(Volga River)은 러시아 사람들의 역사와 생활에 가장 깊이 자리 잡은 강이다. 길이는 약 3,530km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 모스크바 북서쪽의 발다이 구릉(Valdai Hills)에서 시작해 러시아 서부를 크게 굽이치며 흐른 뒤 카스피해(Caspian Sea)로 들어간다.

강을 따라 니즈니 노브고로드(Nizhny Novgorod), 카잔(Kazan), 사마라(Samara), 사라토프(Saratov), 볼고그라드(Volgograd) 같은 도시들이 자리한다. 볼가강은 이 도시들에 물을 공급하고 농업·산업·수운을 뒷받침해 왔다. 여러 댐과 저수지가 건설되면서 오늘날의 강줄기는 자연하천인 동시에 거대한 수로 체계의 일부가 되었다.

볼가강은 운하를 통해 다른 바다와도 연결된다. 볼가·돈 운하(Volga–Don Canal)는 볼가강과 돈강(Don River)을 이어 카스피해에서 아조프해(Sea of Azov)와 흑해(Black Sea) 방면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북쪽으로는 볼가·발트 수로(Volga–Baltic Waterway)를 통해 발트해(Baltic Sea)와 이어지고, 더 나아가 백해(White Sea) 방면의 수로와도 연결된다. 볼가강이 흔히 러시아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이유다.

북극해로 향하는 시베리아의 세 대하

우랄산맥 동쪽으로 넘어가면 강의 규모도 풍경도 달라진다. 서쪽부터 오비강(Ob River), 예니세이강(Yenisei River), 레나강(Lena River)이 수천 킬로미터를 흘러 북극해에 이른다. 세 강의 유역을 합치면 시베리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오비강과 이르티시강의 합류 지점 및 유역을 나타낸 지도

오비강과 이르티시강의 합류 지점 및 유역을 나타낸 지도(미국 지질조사국 자료)

By Karl Musser – Own work, CC BY-SA 2.5, wikimedia commons.

오비강은 알타이산맥에서 흘러나온 비야강(Biya River)과 카툰강(Katun River)이 합쳐지면서 시작된다. 이후 서시베리아 평원을 천천히 북상하여 카라해(Kara Sea)의 오비만(Gulf of Ob)으로 들어간다. 최대 지류인 이르티시강(Irtysh River)은 중국에서 발원해 카자흐스탄을 지나 러시아로 들어오며, 오비강과 함께 세계적으로 긴 수계를 이룬다. 경사가 완만한 오비강 유역에는 넓은 범람원과 습지가 발달해 있다.

예니세이강 유역을 나타낸 지도

국경선과 예니세이강 유역을 나타낸 지도

By Kmusser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예니세이강은 대체로 서시베리아 평원과 중앙시베리아고원을 나누는 자연적 경계를 이룬다. 남쪽의 산악지대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흐르며 카라해로 들어간다. 바이칼호에서 흘러나오는 유일한 강인 앙가라강(Angara River)이 예니세이강의 주요 지류로 합류한다. 이 때문에 바이칼호의 물도 앙가라강과 예니세이강을 거쳐 결국 북극해에 닿는다.

레나강 유역과 주요 지류를 나타낸 시베리아 지도

레나강 유역과 주요 지류를 나타낸 시베리아 지도(Natural Earth·NASA SRTM 자료)

By Shannon1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세 강 가운데 가장 동쪽을 흐르는 레나강은 바이칼호 서쪽 산지에서 발원한다. 동시베리아의 타이가와 영구동토 지역을 약 4,400km 가로지른 뒤 랍테프해(море Лаптевых, Laptev Sea)로 들어간다. 하구에는 수많은 물길과 섬이 얽힌 거대한 레나강 삼각주(дельта Лены, Lena Delta)가 펼쳐진다.

이 강들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봄철에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다. 비교적 따뜻한 남쪽의 상류가 먼저 녹아 물이 불어나도 북쪽의 하류와 하구에는 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얼음이 아직 얼어 있는 하류에 쌓여 물길을 막으면 강물이 범람해 주변 저지대를 넓게 뒤덮기도 한다. 시베리아의 강에서 결빙과 해빙은 매년 되풀이되는 자연현상이면서 사람들의 생활과 교통을 좌우하는 조건이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를 흐르는 아무르강

러시아 극동을 대표하는 아무르강(Амур, Amur River)은 실카강(Шилка, Shilka River)과 아르군강(Аргунь, Argun River)이 합류하면서 시작된다. 강의 상당 구간이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을 이루며, 동쪽으로 흐른 뒤 아무르 하구를 거쳐 타타르 해협(Татарский пролив, Strait of Tartary)으로 들어간다.

아무르강 유역은 한대와 온대의 생태계가 만나는 곳이다. 광대한 습지와 범람원은 철새와 다양한 담수생물의 서식지가 되며, 강은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부 사람들의 생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두 나라가 함께 이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국제하천이라는 성격도 지닌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 바이칼호

바이칼호 올혼섬 북쪽 해안의 풍경

바이칼호 올혼섬(Olkhon Island) 북쪽 해안의 풍경

By © Vyacheslav Argenberg, CC BY 4.0, wikimedia commons.

시베리아 남부의 바이칼호(озеро Байкал, Lake Baikal)는 이르쿠츠크주(Иркутская область, Irkutsk Oblast)와 부랴티야공화국(Республика Бурятия, Republic of Buryatia) 사이에 자리한다. 길이는 약 636km, 면적은 약 3만1,500㎢이며 최대 수심은 1,642m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자 담수량이 가장 많은 호수다.

약 2,5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칼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얼지 않은 지표 담수의 약 20%를 담고 있으며, 오랜 세월 다른 수계와 격리된 덕분에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바이칼물범(байкальская нерпа, Baikal seal)을 비롯해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생물이 많아 ‘러시아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바이칼호로는 셀렝가강(Селенга, Selenga River)을 비롯한 수많은 강이 흘러들지만 밖으로 나가는 강은 앙가라강 하나뿐이다. 바이칼호의 물이 예니세이강 수계의 일부가 되는 연결고리다.

유럽 최대의 라도가호와 오네가호

백해와 발트해를 연결하는 백해-발트해 운하는 라도가호와 오네가호를 통과한다.

라도가호와 오네가호를 지나 백해와 발트해를 연결하는 백해-발트해 운하

By NormanEinstein, vectorized by WikiForMen,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러시아 북서부에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호수인 라도가호(Lake Ladoga)가 있다. 면적은 약 1만7,700㎢로, 카렐리야공화국(Republic of Karelia)과 레닌그라드주(Leningrad Oblast)에 걸쳐 있다. 라도가호의 물은 네바강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를 지나 핀란드만(Gulf of Finland)으로 흘러간다.

그 동쪽의 오네가호(Lake Onega)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은 호수다. 오네가호와 라도가호는 스비리강(Svir River)으로 연결된다. 두 호수는 자연적인 담수 저장고인 동시에 백해·발트해 수로를 이루는 중요한 통로다. 러시아 북서부에서는 호수와 강, 운하가 하나의 거대한 교통망처럼 맞물려 있다.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 카스피해

이 지도는 카스피해 주변과 유역의 범위를 나타내고 있다.

카스피해 주변과 유역의 범위를 나타낸 지도(노란색 부분)

By Redgeographics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볼가강의 긴 여정은 카스피해에서 끝난다. 카스피해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에 둘러싸여 있다. 이름에는 ‘바다’가 붙지만 외해로 나가는 자연적인 출구가 없어, 지리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폐쇄성 내륙 수역이자 염호로 여겨진다.

면적은 수위에 따라 달라지지만 약 37만㎢에 이르고 남북 길이는 약 1,200km다. 북부는 얕고 남부는 깊어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약 1,000m에 달한다. 카스피해로 흘러드는 담수 가운데 약 80%를 볼가강이 공급하기 때문에 볼가강 유량의 변화는 카스피해의 수위와 생태환경에도 큰 영향을 준다.

카스피해는 철갑상어와 캐비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천 개발과 오염, 남획, 수위 변화가 겹치면서 철갑상어와 카스피물범을 비롯한 생물들의 서식 환경도 위협받고 있다. 카스피해는 거대한 호수인 동시에 다섯 나라가 자원과 환경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공동 수역이다.

러시아를 이어 주는 물의 길

러시아의 강과 호수는 국토 위에 흩어진 개별적인 물줄기가 아니다. 볼가강은 유럽 러시아의 도시와 여러 바다를 연결하고, 오비강·예니세이강·레나강은 시베리아의 남과 북을 잇는다. 아무르강은 국경을 이루면서 두 나라가 공유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바이칼호와 라도가호·오네가호는 거대한 담수 저장고이자 강과 강을 이어 주는 수계의 중요한 연결점이 된다.

하지만 이 물길에는 한계도 있다. 긴 겨울의 결빙은 항해를 어렵게 하고, 봄철 해빙은 홍수를 일으킨다. 댐과 운하는 교통과 발전에 도움을 주지만 강의 흐름과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북극권의 결빙과 해빙 시기, 강물의 유량, 호수와 내륙 수역의 수위가 달라지는 문제도 중요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지도를 이해하려면 산맥이나 행정구역만 볼 것이 아니라 물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유럽의 도시를 지나 카스피해로 향하는 볼가강,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북극해로 들어가는 세 대하,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이칼호는 광대한 러시아를 하나의 지리적 공간으로 이어 주는 물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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