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브롤터에 서식하는 바바리마카크
By Berthold Werner,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유럽에 사는 야생 원숭이
유럽에는 야생 원숭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 남부 해안의 영국령 지브롤터(Gibraltar)에는 예외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원숭이 무리가 있다.
이들은 마카카 실바누스(Macaca sylvanus), 흔히 바바리마카크(Barbary macaque)라고 불리는 종이다. 현재 200여 마리의 개체가 지브롤터 바위산 주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 집단으로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원숭이들이 원래 유럽 토착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래는 북아프리카 원숭이였다
바바리마카크는 현재 모로코와 알제리 같은 북아프리카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과거에는 유럽 남부 일부 지역에도 분포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자연 상태 개체군은 대부분 북아프리카에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 원숭이들은 어떻게 지브롤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정확한 기원은 아직도 논란이다. 일부 학자들은 중세 시대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아랍 세력이 들여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지브롤터라는 이름 자체도 타리크의 산을 의미하는 아랍어 ‘자발 타리크(Jabal Tariq)’에서 유래했다.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다만 현재까지 확실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영국이 원숭이를 보호하는 이유

바바리마카크가 그려진 영국령 지브롤터 우표
By Post of Gibralta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지브롤터의 원숭이들은 단순한 관광 명물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흥미로운 속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지브롤터에서 원숭이가 사라지는 날, 영국도 이 땅을 잃게 된다.”
지브롤터는 1704년 영국이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영국령으로 남아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중해 입구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군사적 가치가 매우 컸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원숭이의 존재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지브롤터의 상징처럼 여기게 되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자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직접 개체 보충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후 영국군과 현지 당국은 꾸준히 원숭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해 왔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원숭이

차량 위에 올라선 지브롤터의 바바리마카크
By Berthold Werner,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현재 지브롤터의 바바리마카크는 관광객들에게 매우 익숙한 존재다. 도로 난간이나 전망대, 차량 위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람 가까이 접근하기도 한다.

2024년 지브롤터의 바바리마카크
By Thomas Dahlstrøm Nielsen – Own work, CC BY 4.0, wikimedia commons.
특히 관광객 가방을 뒤지거나 음식을 낚아채는 행동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야생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국은 관광객들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지 말 것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인간 음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건강 문제와 개체군 불균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끝에 남은 작은 흔적
지브롤터의 원숭이들은 단순한 희귀 동물이 아니다. 그들은 유럽과 북아프리카가 연결되어 있던 오래된 역사, 인간의 이동, 그리고 제국과 군사 전략의 흔적까지 함께 보여주는 존재에 가깝다.
오늘날에도 지브롤터 절벽 위를 돌아다니는 바바리마카크는 유럽 끝자락에 남아 있는 가장 독특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