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즐거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실제로 존재할까

공원에서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커플

뉴욕 리버사이드 공원(Riverside Park)에서 조깅을 즐기는 커플

By Ed Yourdon,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운동 중 찾아오는 특별한 기분 변화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힘든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통증이나 불편함이 줄어들고, 오히려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정 시간 이상 강도 있는 달리기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통증이 줄어들고 강한 행복감과 정신적인 안정감을 느끼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런 변화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러너스 하이는 실제로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일까, 아니면 단순한 심리적 느낌일까?

러너스 하이는 엔도르핀 때문일까?

오랫동안 러너스 하이는 엔도르핀(endorphin)이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설명되어 왔다.

엔도르핀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관련되어 있다. 통증을 줄이고 기분 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운동 후 느끼는 행복감의 원인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운동을 하면 혈액 속 엔도르핀 수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도르핀만으로 러너스 하이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엔도르핀은 비교적 큰 분자이기 때문에 혈액 속에서 증가했다고 해서 곧바로 뇌의 변화와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다른 물질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주목받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최근 러너스 하이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물질로 연구되는 것은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다.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엔도(endo-)’는 ‘내부’를 뜻하며, 이 물질이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내인성 물질임을 의미한다.

이 물질은 대마초(cannabis)의 활성 성분과 구조적으로 비슷하고, 뇌와 신체에 존재하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CB1, CB2)에 작용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이 아니라 운동이나 스트레스 같은 상황에서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기분 조절, 스트레스 완화, 통증 감소 등에 관여하며, 운동 중 또는 운동 후 느끼는 편안함과 행복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짧은 달리기도 몸을 변화시킨다

연구자들은 실제 달리기가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치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운동 전후의 변화를 조사했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약 30분 동안 달린 뒤 혈액 속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치가 평균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교적 짧은 운동만으로도 몸속에서 기분과 관련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러너스 하이는 단순히 ‘운동했다는 만족감’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리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 모두가 러너스 하이를 느끼지는 않을까?

아직 모든 과정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해도 어떤 사람은 강한 행복감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엔도카나비노이드를 만들어내는 양이 다르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운동 시간, 강도, 개인의 신체 상태 역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러너스 하이는 상상 속 느낌이 아니라 실제 몸속 변화와 관련된 현상으로 보인다. 다만 그 특별한 즐거움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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