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전시된 국제탁구연맹 박물관의 라켓 컬렉션 일부.
By yy – ITTFミュージアム, CC BY 2.0, wikimedia commons.
셰이크핸드 방식에서 펜홀더 방식으로
초기의 탁구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실내 테니스 놀이로 시작된 당시의 탁구는 오늘날처럼 고무 러버와 강한 회전 중심의 스포츠가 아니었다. 초기 라켓 역시 단순한 목재 패들이나 가죽을 덧댄 형태에 가까웠고, 그립도 테니스처럼 손잡이를 쥐는 셰이크핸드 방식이 기본이었다.
이후 탁구가 아시아로 퍼지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는 라켓을 펜처럼 쥐는 펜홀더 스타일이 발전했고, 짧은 손잡이와 빠른 손목 사용에 유리한 형태의 라켓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이런 펜홀더 스타일이 널리 사용되었다.

일본식 펜홀더 스타일의 탁구 라켓 그립
By S.Möller – Own wor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당시 펜홀더 라켓은 한쪽 면에만 러버가 붙은 경우가 많았다. 뒷면은 코르크나 나무 그대로 남겨두는 일이 흔했고, 실제 경기에서도 대부분 앞면만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예전 탁구는 한 면으로 치는 스포츠였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원래는 양면이 같은 색이었다
이후 국제 경기에서는 점차 다른 흐름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셰이크핸드 스타일 선수들을 중심으로 라켓 양면을 모두 활용하는 전술이 등장한 것이다. 선수들은 양면에 서로 다른 성질의 러버를 붙이고, 경기 도중 라켓을 빠르게 돌려가며 사용했다.
예를 들어 한쪽은 강한 회전을 만드는 공격형 러버를, 다른 한쪽은 회전을 약화시키거나 반응을 바꾸는 특수 러버를 사용하는 식이었다. 문제는 당시 라켓 양면의 색이 대부분 같았다는 점이다. 양쪽이 모두 빨간색이거나 모두 검은색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는 어느 면으로 공을 쳤는지 즉시 구분하기 어려웠다.
라켓을 돌리는 기술, ‘트위들링’

1960~70년대 스웨덴 탁구의 황금기를 이끈 세계적 선수 키엘 요한손(Kjell Johansson).
By Unknown photographe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여기서 등장한 것이 ‘트위들링(twiddling)’이다. 선수들이 랠리 도중 손가락으로 라켓을 순간적으로 돌려 다른 면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탁구 경기에서는 공이 워낙 빠르게 오가기 때문에, 상대는 라켓이 뒤집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더구나 양면 색까지 같다면 사실상 어떤 러버가 사용되었는지 즉시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같은 동작처럼 보여도 공의 회전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어떤 공은 강한 상회전이 걸려 튀어 오르고, 어떤 공은 회전이 거의 사라져 힘없이 가라앉는다. 상대 입장에서는 갑자기 공의 성질이 바뀌는 셈이었다.
특히 문제였던 ‘안티 스핀’ 러버
당시 논란이 컸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특수 러버의 존재였다. 대표적인 것이 ‘안티 스핀(anti-spin)’ 러버다. 일반 러버가 회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안티 스핀 러버는 상대 회전을 무디게 하거나 전혀 다른 반응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상대가 강한 회전을 걸어도 공이 예상과 다르게 튀어나가거나, 상대 회전이 예상과 다르게 반전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숙련된 선수들은 이런 러버를 일반 러버와 함께 사용하며 라켓을 계속 돌려 잡았다. 상대는 같은 스윙인데도 공 반응이 계속 달라지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결국 일부 경기에서는 기술과 전략의 대결 못지않게, 어느 면으로 공을 쳤는지를 숨기는 심리전의 비중도 커지기 시작했다.
국제탁구연맹의 규정 변화
국제탁구연맹(ITTF)은 이런 상황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탁구는 원래 상대의 회전과 타이밍을 읽어내는 스포츠인데, 장비 자체가 완전히 숨겨져 버리면 경기의 공정성이 무너진다고 본 것이다.

라켓의 양면을 사용하는 그립 방식 중 하나
By DeBnadroe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그래서 1983년에 라켓 양면의 색을 반드시 다르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되었다. 이후 러버 색상에 대한 규정이 더욱 엄격해져 1986년 7월부터 라켓의 한 면은 밝은 빨간색, 다른 한 면은 검은색으로 제한하는 규칙이 공식적으로 적용되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규칙 덕분에 선수들은 최소한 상대가 어느 면으로 공을 쳤는지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경기 전에는 상대 라켓을 직접 확인해 각 색이 어떤 러버와 연결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빨간 면이 공격형인지, 검은 면이 수비형인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해진 탁구 라켓의 색
오랫동안 탁구 라켓은 한쪽은 빨간색, 다른 한쪽은 검은색이라는 조합이 절대적인 기준처럼 여겨졌다. 이 규정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약 35년 동안 유지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현대 탁구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국제탁구연맹은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2021년부터는 한쪽 면은 반드시 검은색의 무광 러버를 사용해야 하지만, 반대쪽 면은 기존의 빨간색 외에도 파란색, 녹색, 보라색, 분홍색 같은 색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중요한 원칙은 여전히 그대로다. 상대 선수가 어느 면으로 공을 쳤는지를 즉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탁구 라켓의 두 가지 색 조합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그 안에는 회전과 장비 기술이 발전해 온 역사, 그리고 경기의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스포츠 규칙의 변화가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Really appreciate the focus on growth! It’s refreshing to see a platform like KKK PH prioritize learning over just playing. That structured approach is key for responsible enjoy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