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자 대형으로 날고 있는 캐나다기러기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
By John Benson, CC BY 2.0, wikimedia commons.
새들이 만드는 특별한 대형
하늘을 올려다보다 우연히 새들이 커다란 V자 대형을 이루며 날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는 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할 때 모두 비슷한 형태로 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새가 동일한 형태로 나는 것은 아니다.
V자 대형은 주로 기러기, 두루미, 펠리컨, 따오기처럼 비교적 몸집이 크고 긴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새들은 왜 하필 V자 모양으로 날게 된 것일까?
공기를 이용하는 자연의 비행 기술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V자 대형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비밀은 새의 날개가 만드는 공기의 흐름에 있다.
새가 날개를 움직이면 날개 끝 주변에는 복잡한 공기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때 날개 뒤쪽 바깥 부분에는 위로 올라가는 공기의 흐름인 상승류(upwash)가 생긴다.
뒤따르는 새가 이 위치를 이용하면 필요한 양력(lift)을 조금 덜 만들어도 된다. 즉 스스로 날개를 움직여 만들어야 하는 힘이 줄어들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V자 비행의 과학적 효율
영국 왕립수의과대학의 스티븐 포르투갈(Steven Portugal)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북방흰뺨따오기(Northern bald ibis)의 비행을 분석해, 그 내용을 2014년 과학 학술지 《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새들에게 초소형 GPS 장치와 움직임을 기록하는 센서를 부착했다. 그리고 새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언제 날갯짓을 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새들은 단순히 앞의 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선 새가 만드는 상승 기류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날갯짓까지 맞추는 새들

V자 대형으로 비행하는 펠리컨 무리 (캘리포니아 포인트 레이스 국립해안공원)
By Tobias Kleinlercher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더 놀라운 점은 위치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뒤따르는 새들은 앞 새의 날개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날갯짓 리듬까지 조절했다. 이는 앞 새가 만든 상승하는 공기 흐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행동이다.
반대로 앞 새가 만드는 아래 방향의 공기 흐름(downwash)은 피하도록 움직임을 조절했다. 새들은 단순히 모양을 맞춰 나는 것이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읽으며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두 비행의 부담
V자 대형에서 가장 앞에 있는 새는 다른 새가 만들어주는 상승 기류의 도움을 거의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뒤쪽의 새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무리에서는 이동 중 앞자리와 뒷자리를 바꾸며 부담을 나누는 행동이 관찰된다. 다만 모든 종이 같은 방식으로 교대하는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비행 전략
새들의 V자 비행은 단순히 방향을 맞추거나 무리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새들이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정교한 방법이다.
하늘에 그려지는 단순한 V자 모양 안에는 수천 km를 이동하기 위해 진화한 자연의 비행 기술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