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것은 수증기일까, 김일까?

여자가 마시는 커피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이미지

수증기를 본다는 착각

물을 끓이면 주전자 입구에서 하얀 김(steam)이 피어오른다. 추운 겨울날 입김이 하얗게 보이고, 따뜻한 온천 위에서도 하얀 연기 같은 것이 떠오른다. 우리는 흔히 이런 모습을 보며 수증기(water vapor)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실제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있는 하얀 것은 수증기 자체가 아니라 수증기가 식으면서 만들어진 작은 물방울이다.

물의 세 가지 모습

물은 주변 조건에 따라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고체 상태에서는 얼음이 되고, 액체 상태에서는 우리가 마시는 물이 된다. 그리고 온도와 압력 조건에 따라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물질이지만 온도와 압력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는 것을 물질의 상태 또는 상(phase)이라고 한다.

수증기가 보이지 않는 이유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거나 흩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체 상태의 물 분자는 매우 작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 눈에 보일 만큼 충분한 빛을 흩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공기 중의 산소나 질소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순수한 수증기도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얀 김이 만들어지는 과정

뜨거운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열을 잃으면 온도가 내려간다. 그러면 기체 상태로 흩어져 있던 물 분자들이 다시 모여 아주 작은 액체 물방울을 만든다. 이것을 응결(condensation)이라고 한다.

수많은 작은 물방울이 공기 중에 떠 있으면 빛이 이 물방울에 의해 흩어진다. 그 결과 우리 눈에는 하얀 김이나 구름처럼 보이게 된다.

즉 우리가 보는 하얀 모습은 기체 상태의 수증기가 아니라, 공기 중에 떠 있는 작은 액체 물방울이다.

주전자 입구에 숨어 있는 과학

주전자에서 김이 뻩어 나오는 이미지

끓는 주전자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주전자 입구 바로 근처에는 오히려 하얀 김이 거의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공간이 있다. 이 부분이 실제 뜨거운 수증기가 많은 영역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얗게 변하는 이유는 그 사이 수증기가 식어 작은 물방울로 변했기 때문이다.

안개와 구름도 같은 원리

안개(mist)와 구름도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워지면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으로 변한다. 이것들이 공기 중에 많이 모여 있으면 우리 눈에 하얗게 보인다.

하늘의 구름 역시 떠 있는 수증기 덩어리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물방울과 얼음 결정의 모임이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일상에서 하얀 김을 보며 수증기가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 상태의 물이다. 눈에 보이는 그 모습은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다시 작은 물방울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것은 수증기 자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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