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fuel 지지 독일어 스티커. ‘E-Fuels?(전자연료 어떠세요?) Ja, bitte(네, 좋습니다)’
By PantheraLeo1359531 – Own work, CC BY 4.0, wikimedia commons.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이동 수단을 배터리만으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승용차에서는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장거리 항공기나 대형 선박처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배터리의 무게와 저장 용량이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후보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e-fuel(electrofuel, 전자연료)이다.
공기 중 탄소와 물속 수소를 이용한다
e-fuel은 땅속에서 채굴하는 석유가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드는 합성연료(synthetic fuel)이다. 쉽게 말하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액체연료 형태로 저장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e-fuel의 기본 재료는 두 가지다. 물에서 얻는 수소(H₂)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CO₂)다. 먼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든다. 그리고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기술 등을 이용해 대기 중 CO₂를 모은다.
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휘발유·디젤·항공유와 비슷한 탄화수소 연료를 만들 수 있다. 분자 구조를 조절하면 다양한 특성을 가진 연료 생산도 가능하다.
가벼운 탄화수소는 항공 연료에 적합하고, 더 무거운 탄화수소는 자동차나 선박 엔진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왜 친환경 연료라고 부를까?
e-fuel이라고 해서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자동차 엔진에 넣고 태우면 일반 휘발유처럼 배기관에서 CO₂가 배출된다. 차이는 탄소의 출처다.
석유는 수백만 년 동안 지하에 갇혀 있던 탄소를 꺼내 태운다. 그 결과 지구의 탄소 순환 밖에 있던 탄소가 대기로 추가된다. 반면 e-fuel은 이미 대기 중에 있던 CO₂를 포집해 연료를 만들고, 연소 후 다시 대기로 돌려보내는 구조다.
<대기 속 탄소 포집 → 합성연료 생산 → 사용 후 다시 배출> 이라는 순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면 새로운 탄소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는 저탄소 연료가 될 수 있다.
바이오연료와 무엇이 다를까?
바이오연료도 탄소 순환이라는 개념에서는 비슷하다.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은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한 탄소를 이용한다. 식물 속 탄소와 수소를 가공해 액체 또는 기체 연료를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바이오연료는 작물을 키울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 대규모 생산을 위해 농지가 사용되면 식량 생산과 경쟁하거나 생태계 변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e-fuel은 식물을 재배할 필요가 없다. 대신 큰 단점이 있다. 수소 생산과 연료 합성 과정에서 매우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존 자동차와 주유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e-fuel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존 내연기관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처럼 완전히 새로운 차량 구조나 충전망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 휘발유·디젤 엔진과 주유 시설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고성능 스포츠카, 클래식 자동차, 항공기, 선박 분야에서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이동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현재의 기술과 시설을 이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과 효율

By Heinrich-böll-Stiftung,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표는 같은 양의 풍력 전기를 자동차에 사용할 때 동력 방식별 효율 차이를 보여준다.
전기(Strom)를 바로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차(BEV)는 약 1,600대를 움직일 수 있지만,
수소(Wasserstoff)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약 600대,
전기로 만든 수소와 포집한 CO₂를 결합한 e-fuel 내연기관차는 약 250대에 그친다.>
하지만 e-fuel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연료는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이다. 수소를 얻기 위해 필요한 전기분해 장치는 아직 비싸다. 또한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저렴한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효율이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는 <전기 → 배터리 → 모터>라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e-fuel은 <전기 → 수소 생산 → 합성연료 제조 → 엔진 연소>라는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과정마다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반 승용차 분야에서는 배터리 전기차가 더 효율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숨겨진 문제, 희귀 자원
e-fuel 생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수소를 만드는 전기분해 장치와 연료 합성 과정에 사용되는 촉매에는 희토류와 여러 핵심 광물이 필요하다. 이 광물들은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일부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또한 대규모 채굴 과정에서 환경 문제와 노동 조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e-fuel이 정말 지속 가능한 기술이 되려면 연료 사용 단계뿐 아니라 생산 시설을 만드는 전체 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e-fuel은 미래의 연료가 될까?
e-fuel은 전기차를 대체할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 승용차처럼 배터리가 적합한 분야에서는 전기차가 중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장거리 항공기, 대형 선박, 특수 차량처럼 배터리 적용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e-fuel이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미래의 교통은 하나의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기보다 배터리 전기차, 수소 기술, e-fuel 같은 여러 방식이 함께 사용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