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 췌장암은 왜 발견하기 어려울까?

췌장의 위치를 설명하는 그림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 췌장(Pancreas)의 위치

By Pearson Scott Foresma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췌장암은 흔히 ‘침묵의 암(Silent Cancer)’이라고 불린다. 다른 주요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가장 치명적인 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대장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등은 조기검진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꾸준히 향상됐다. 그러나 췌장암은 여전히 진단과 치료가 모두 어려운 암으로 남아 있으며, 의료계에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늦은 발견’

췌장암의 가장 큰 문제는 진단 시기가 늦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복통이나 소화불량, 식욕 저하처럼 흔한 위장 질환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단순한 소화기 질환으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췌장은 위의 뒤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장기여서 작은 종양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상당수의 환자는 암이 이미 주변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퍼진 뒤에야 진단을 받게 되며, 이 단계에서는 수술을 통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으로 미리 찾기 어려운 이유

“정기검진을 하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췌장암 선별검사가 없다. 그 이유는 췌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전암성 병변(precancerous lesion)을 조기에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영상검사에서 확인되는 병변은 드물고, 더 흔한 병변은 현미경으로만 관찰될 정도로 작다. 또한 발견하더라도 어떤 병변이 실제 암으로 진행할지 현재의 의학으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 CT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방사선 노출이라는 부담이 있고, 암으로 발전하지 않을 병변까지 불필요하게 치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췌장을 절제하는 수술은 당뇨병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여러 명 있는 경우처럼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CT나 특수 MRI를 이용한 선별검사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혈액으로 암을 찾는 ‘액체생검’

액체 생검을 설명하는 그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퍼블릭 도메인 인포그래픽을 AI로 번역·재구성한 이미지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현재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다. 액체생검은 혈액 등 체액에 존재하는 암세포 유래 DNA와 다양한 생체표지자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현재 임상에서는 췌장에서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면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병변의 조직이나 낭액을 채취한 뒤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검사도 시행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더욱 간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액체생검은 아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표준 조기검진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맞춤 치료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치료 분야에서도 조금씩 희망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일부 환자에게 사용하는 올라파립(Olaparib)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약물은 해당 환자군에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췌장암도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분자적 특성을 가진 다양한 아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 뒤, 환자의 암 특성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무리하며

췌장암은 여전히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암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조기 진단 기술과 액체생검, 유전자 분석, 표적치료제 연구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아직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진단 기술과 맞춤 치료가 발전할수록 췌장암을 지금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커지고,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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