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질병을 한 번에 치료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질환만큼은 단번에 치료해 줄 ‘기적의 약’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겨냥한 과장 광고와 사기성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병통치약의 기원

병자를 치유하는 파나세아(Panacea)
By J. Gazola (18th century),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만병통치약을 뜻하는 ‘파나세아(panace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파나케이아(Panakeia)’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파나케이아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딸로, 모든 병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여겨졌으며, 이후 그녀의 이름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치료법’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과 만병통치약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했지만,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었다.
현대 의학 역시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단 하나의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질병마다 원인과 발생 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적의 약’이 넘쳐났던 시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지금처럼 의약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가 없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특허약(Patent Medicine)’이라 불리는 제품이 대량으로 판매됐다. 감기와 두통은 물론 소화불량, 류머티즘, 피로까지 거의 모든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지만, 상당수는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었다.
예를 들어 코카인의 국소마취 효과를 이용한 치통약이나 어린이의 이앓이를 완화한다며 판매된 제품도 있었고, 아편 성분이 들어 있는 ‘수딩 시럽(Soothing Syrup)’은 아기를 재우거나 달래는 약으로 판매되다가 많은 영유아의 희생을 낳기도 했다.
라듐이 들어간 ‘기적의 약’
대표적인 사례가 라디터(Radithor)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방사성 원소인 라듐(Radium)을 소량 함유한 라디터가 건강 증진과 피로 회복,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약으로 판매됐다.

1920년대 ‘만병통치약’으로 판매된 라듐 함유 특허약 라디터
By Sam LaRussa from USA,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미국의 부유한 사업가이자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었던 에번 바이어스(Eben Byers)는 사고로 다친 팔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의사의 권유를 받아 라듐을 함유한 특허약 ‘라디터(Radithor)’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통증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면서 그는 이를 약의 효과라고 믿게 되었고, 이후에도 장기간 라디터를 복용했다.
그러나 라듐은 몸속, 특히 뼈에 축적되면서 심각한 방사선 피폭을 일으켰다. 결국 그는 턱뼈와 두개골이 심하게 손상되는 비극을 겪었고, 1932년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과장 광고
오늘날 새로운 의약품은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엄격한 임상시험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장 광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지금도 특정 질환에 특효가 있다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내세우는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표현은 사라졌지만 기적의 효과를 약속하는 광고는 형태만 바뀌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마무리하며
의학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놀라울 만큼 발전했지만, 모든 병을 고치는 기적의 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방사성 물질을 만병통치약처럼 판매했던 라디터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놀라운 효능을 내세울수록 더욱 냉정하게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도 특정 질환에 ‘특효’를 내세우는 제품과 치료법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려한 광고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