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1972년 아폴로 17호가 촬영한 '블루 마블'. 바다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촬영한 지구(블루 마블). 바다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By NASA/Apollo 17 crew,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물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푸른 행성’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천체다. 지구 표면의 약 71%는 바다와 호수, 강 등 물로 덮여 있으며, 구름과 빙하, 지하수까지 포함하면 물은 지구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지구는 풍부한 물을 가진 행성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약 46억 년 전 막 탄생한 지구는 뜨거운 암석 덩어리에 가까웠다. 표면 온도는 약 2,000도에 이를 정도였으며, 적어도 지표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지구를 뒤덮고 있는 바다와 강, 그리고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질문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품어 온 대표적인 우주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지구 내부 기원설

가장 먼저 등장한 설명은 지구 내부 기원설이다. 초기 지구에서는 화산 활동이 지금보다 훨씬 활발했다. 마그마에는 물을 이루는 성분과 다양한 휘발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화산 분출과 함께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대기로 방출되었다.

이후 지구가 점차 식으면서 수증기는 응결해 비가 되었고, 오랜 시간 반복된 강우가 바다와 호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표 아래 수백 킬로미터 깊은 곳에서 형성된 다이아몬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물을 포함한 광물을 확인했다. 이는 지구 내부 깊은 곳에도 오래전부터 상당한 양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여겨진다.

우주에서 날아온 물

왜소행성 세레스(오른쪽)와 소행성 베스타(왼쪽). 세레스에는 물얼음과 수화광물이 존재한다

왜소행성 세레스(오른쪽)와 소행성 베스타. 세레스에는 물얼음과 수화광물이 존재한다

By NASA/JPL-Caltech,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하지만 지구 내부에서 방출된 물만으로 현재의 바다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시선을 우주로 돌렸다.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소행성과 운석이 지구 주변을 지나갔다. 이 천체들이 지구와 반복적으로 충돌하면서 물도 함께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오랫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혜성이었다.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구의 물도 혜성이 가져왔을 것이라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혜성 기원설의 한계

과학자들은 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물속에 들어 있는 수소를 분석했다. 수소에는 일반 수소(H)와 중수소(D)가 있으며, 두 원소의 비율인 D/H 비율은 물의 출처를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연구 결과, 현재까지 조사된 많은 혜성의 D/H 비율은 지구 바닷물과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혜성이 일부 물을 공급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오늘날 지구 바다 대부분의 물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가설, 소행성

2021년 영국에서 발견된 윈치컴 운석

2021년 영국에서 발견된 윈치컴 운석 (지구의 물의 기원 연구에 중요한 자료)

By Matt Brown, CC BY 2.0, wikimedia commons.

이후 연구는 소행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1년 영국에 떨어진 윈치컴 운석을 분석한 결과, 운석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무게의 약 11%가 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운석 속 물의 D/H 비율이 지구 바닷물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점이다.

초기 태양계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탄소질 소행성이 지구의 물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탐사선이 가져온 새로운 증거

최근 우주 탐사는 이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 탐사선은 소행성 류구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분석 결과, 시료에서는 광물 속에 포함된 물뿐 아니라 순수한 액체 상태의 물방울도 확인되었다. 시료가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직접 채취되었기 때문에 지구에서 오염되었을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된다.

행성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오시리스-렉스 상상도

행성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오시리스-렉스 상상도

By NASA/GSFC,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어 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탐사선은 소행성 베누에서 시료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아직 모든 분석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초기 조사만으로도 물을 함유한 점토 광물이 풍부하게 확인되면서 소행성이 지구의 물을 운반했다는 가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생각보다 귀한 물

지구는 흔히 ‘물의 행성’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실제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약 96.5%는 바닷물이다. 담수는 약 2.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은 빙하와 만년설, 또는 깊은 지하수 형태로 존재한다.

사람이 강과 호수 등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 전체 물의 0.007%도 되지 않는다. 푸르게 보이는 지구는 생각보다 훨씬 귀한 물을 아껴 쓰며 살아가는 행성인 셈이다.

현재 과학계의 입장

현재 과학계는 하나의 가설만으로 지구의 물의 기원을 설명하지 않는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복합 기원설이다. 초기 지구의 화산 활동으로 방출된 수증기가 물의 기반을 이루었고, 이후 탄소질 소행성이 상당량의 물을 공급했으며, 지구 내부 깊은 곳에 남아 있던 원시 물도 현재의 물 순환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야부사2와 오시리스-렉스가 가져온 시료에서는 물을 포함한 광물과 유기물이 확인되었다. 이는 탄소질 소행성이 초기 지구에 물을 공급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지구 내부와 소행성에서 유래한 물이 각각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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