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구본은 어떤 모습일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구본

「에르트아프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구본 (뉘른베르크 게르만 국립박물관)

By Martin Behaim / Georg Glockendon,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오늘날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너무도 당연하게 알고 있다. 세계지도는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고, 위성 사진을 통해 지구 전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수백 년 전만 해도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정확한 형태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 시대에 등장한 것이 바로 지구본(globe)이다. 평면 지도가 아니라 실제 지구처럼 둥근 형태로 세상을 표현하려는 시도였다.

에르트아프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구본은 1492년경 제작된 「에르트아프펠(Erdapfel)」이다. 독일의 지도 제작자 마틴 베하임(Martin Behaim)과 화가 게오르크 글로케돈(Georg Glockendon)이 함께 만들었다.

‘에르트아프펠’은 독일어로 ‘지구의 사과’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당시 사람들은 둥근 지구를 하나의 구체 형태로 표현하려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구본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지구처럼 기울어진 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유럽 학자 사회에서는 이미 지구가 구형이라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아메리카

하지만 이 지구본에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모두 담겨 있지는 않았다. 1491년은 아직 크리스토퍼 콜롬부스(Christopher Columbus)가 대서양을 건너기 전이었다. 즉, 유럽인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계였다.

그래서 에르트아프펠에는 아메리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당시 전설과 상상 속에서 알려진 신비한 섬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일본은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로 묘사되어 있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부정확한 부분이 많지만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세계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한 시도였다.

타조 알 지구본

신대륙이 포함된 초기 지구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타조 알 지구본’이다. 이 지구본은 두 개의 타조 알 껍데기를 이어 붙여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연대측정 결과 제작 시기는 약 1504년으로 추정된다. 즉,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에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진 셈이다.

이 작품에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이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북아메리카 위치에는 작은 섬들이, 남아메리카 자리에는 거대한 육지가 그려져 있다.

특히 일부 연구자들은 이 타조 알 지구본이 이후 제작된 「헌트-레녹스(Hunt-Lenox) 구리 지구본」의 원형이 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 빈치와의 연결 가능성

1514년경 제작된 지구본 지도 조각들

1514년경 제작된 지구본 지도 조각들. 초기의 ‘America’ 표기가 등장한다.

By Portolaner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벨기에 연구자 스테판 미신네(Stefaan Missinne)는 이 타조 알 지구본의 그림 스타일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 주장은 아직 학계에서 논쟁적인 상태다. 실제로 다 빈치가 제작에 관여했는지는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둥근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

초기의 지구본들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틀린 부분이 많다. 대륙의 크기와 위치가 부정확했고, 존재하지 않는 섬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인간이 처음으로 세계 전체를 하나의 구체 형태로 이해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지구본은 단순한 지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방식이며, 미지의 공간을 상상하고 탐험하려 했던 시대의 흔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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