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바 데이(Nakba Day): 상실의 기억과 귀환의 갈망

나크바 데이를 맞아 라말라에서 열린 시위

2012년 나크바 데이를 맞아 라말라에서 열린 시위

By Heinrich Böll Foundation Palestine & Jordan, CC BY 2.0, wikimedia commons.

아랍어 ‘알-나크바(Al-Nakba)’는 ‘재앙’ 또는 ‘대재앙’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1948년 5월 15일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을 가리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집과 삶의 기반을 잃은 경험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1948년, 무엇이 일어났는가

이 사건의 배경에는 1947년 11월 29일 국제연합이 승인한 ‘팔레스타인 분할 계획(결의안 181호)’이 있다. 이 계획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영국의 위임 통치가 끝나면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었고, 그 과정에서 전쟁(제1차 중동전쟁, 1948~1949)이 발생한다. 이 전쟁 발발 전후로 수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마을과 도시를 떠나야 했고, 이로 인해 70만 명 이상의 대규모 난민 문제가 발생했다.

나크바’가 의미하는 것

나크바는 단순히 특정 날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강제 이주, 상실, 그리고 귀환하지 못한 시간을 모두 포함하는 집합적 기억이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나크바는 집의 상실 공동체의 해체, 그리고 ‘언젠가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이 세 가지가 겹쳐진 역사적 경험이다.

특히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난민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크바 데이, 기억의 방식

나크바 데이 프로테스트 맨하탄

2018년 5월,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에서 열린 나크바 데이 시위 모습

By Tdorante10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매년 5월 15일이 되면 팔레스타인 지역과 세계 곳곳에서 나크바 데이가 기념된다. 이 날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기억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위에 가깝다.

사람들은 집의 열쇠 모형을 들고 행진하기도 하는데, 이는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상징이다. 이러한 상징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형태를 보여준다.

집 열쇄 그림을 들고 행진하는 소녀

2010년 나크바 데이 시위에 참여한 팔레스타인 소녀, 헤브론, 서안지구

By Shy halatzi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기억과 갈등 사이

한편, 나크바를 둘러싼 인식은 지역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일부에서는 이 용어의 사용이나 기념 방식이 제한되기도 하며, 그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2011년 이스라엘 의회는 ‘나크바 법(Nakba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을 애도의 날로 기념하는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는 나크바를 기념하거나, 이스라엘을 ‘유대인 및 민주 국가’로 규정하는 정체성을 부정하는 활동을 하는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거나 지원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특히 이 법은 이스라엘 내 아랍계 주민(팔레스타인인) 사회의 공공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교나 지자체가 나크바 기념 행사를 열 경우 재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적 공간에서의 기억 표현이 제한되는 구조를 만든다. 또한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든 교과서에서 ‘나크바’라는 용어의 사용도 금지했다.

마무리하며

나크바 데이는 하나의 기념일이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날짜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한 집단에게는 국가의 탄생과 맞물린 역사이지만, 다른 집단에게는 삶의 터전을 잃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결국 나크바는 기억, 상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함께 가리키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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