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글레리아 파울레리(Naegleria fowleri)
By USCDC,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뇌 먹는 아메바
‘뇌 먹는 아메바’라는 표현은 선정적인 별명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물을 가리킨다. 정확한 이름은 네글레리아 파울레리(Naegleria fowleri)이다. 이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이 아메바가 드물게 인간의 뇌에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만 이 생물의 본래 생태를 보면,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는 아님이 분명해진다.
어떤 생물인가
네글레리아 파울레리는 자유생활 아메바(free-living amoeba)에 속하는 단세포 생물이다. 즉, 인간이나 동물을 숙주로 삼지 않고 자연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주 서식지는 수온이 높은 민물 환경으로 여름철의 호수와 강, 자연 온천, 소독 관리가 충분하지 않은 수영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아메바는 바닷물처럼 염도가 높은 환경이나 염소 처리가 잘 된 수영장에서는 거의 생존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물리·화학적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문제의 주인공이 된다. 평소에는 토양과 물 속에서 세균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눈에 띄지 않는 미생물에 불과하다.
어떻게 감염되나

네글레리아 파울레리의 감염 경로
By CDC,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감염 경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 아메바는 물과 함께 코를 통해 들어올 때만 위험해진다. 비강 점막에 도달한 네글레리아 파울레리는 후각신경을 따라 이동하며, 이 경로를 통해 뇌로 직접 침투한다.
이 과정 때문에 ‘뇌를 먹는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실제로 뇌 조직을 섭취하며 증식하고, 주변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반면,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위산이라는 강한 방어 장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은 음용이 아니라 다이빙이나 수영 중 물이 코 깊숙이 밀려 들어가는 상황에 있다.
증상과 위험성
감염이 시작되면 초기 증상은 비교적 평범하게 나타난다. 두통, 발열, 구토, 목 경직 등은 일반적인 뇌수막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병은 며칠 사이 급격히 진행되며, 의식 저하, 혼란, 경련, 혼수 상태로 이어진다.
이 질환은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뇌염(primary amebic meningoencephalitis, PAM)으로 불린다. 치료가 시도되더라도 치명률이 매우 높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뇌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름이 공포를 자극하는 이유도 바로 이 빠른 진행 속도와 예후의 심각성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질환은 극히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는 사례 수는 매우 적으며, 대부분 특정 지역, 특정 계절, 특정 조건에서 발생한다.
어디서 주의해야 하나
위험은 막연하지 않다. 고온의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다이빙을 할 때, 또는 끓이지 않은 수돗물로 비강 세척(nasal irrigation)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여름철에 수온이 오른 자연수에서는 코를 통한 물 유입이 반복될수록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결국 핵심은 환경과 경로다. 네글레리아 파울레리는 일상적인 물 사용으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따뜻한 민물’과 ‘코를 통한 침투’라는 조건이 겹칠 때 치명적인 존재로 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자연 감염 사례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적은 없으며, 상수도·수영장 관리 체계상 위험은 매우 낮은 편이다. 다만 한여름 수온이 높아진 민물에서는 원칙적으로 같은 주의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