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면서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머리가 아프면 통증이 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몸의 모든 통증을 처리하는 기관이 정작 자신의 통증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얼핏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통증을 해석하는 뇌
우리 몸에는 통각수용기(nociceptor)라는 신경 말단이 있다. 피부를 베이거나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아프다”는 신호를 만들어 내는 감각 수용기다. 이 수용기는 피부뿐 아니라 근육, 관절, 혈관, 내장, 뇌를 둘러싼 막 등 몸 곳곳에 분포한다. 손상이나 염증, 강한 압력 등을 감지하면 전기 신호를 만들어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한다.
반면 뇌 조직에는 이러한 통각수용기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뇌는 통증이 발생하는 기관이 아니라 몸 곳곳에서 전달되는 통증 신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중추 기관이다.
통증 없는 뇌수술
신경외과 의사가 뇌 조직을 직접 만지거나 절개해도 그 자체로는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 감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뇌의 특정 부위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팔이나 다리가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못하거나, 기억이나 감정이 떠오르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일부 뇌수술은 환자가 의식을 유지한 채 진행된다. 이를 ‘각성 뇌수술(Awake Brain Surgery)’이라고 한다. 특히 종양이 언어중추나 운동중추 가까이에 있을 때는 두피와 두개골, 뇌막 등 통증을 느끼는 부위만 마취한 뒤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 도중 의사는 환자에게 그림의 이름을 말하게 하거나 숫자를 세게 하고, 손발을 움직이도록 요청한다. 만약 특정 부위를 건드리는 순간 말이 끊기거나 움직임이 멈춘다면 그곳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면서도 언어와 운동 기능은 보존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두통의 진짜 원인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뇌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겪는 두통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두통은 대부분 뇌막, 혈관, 두피, 목 근육, 그리고 뇌신경처럼 통증수용기가 있는 조직에서 시작된다. 이 조직들이 자극을 받으면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우리는 이를 ‘머리가 아프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과 어깨 근육이 긴장해 긴장성 두통이 생길 수 있다. 탈수 상태에서는 혈관과 주변 조직이 영향을 받아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편두통 역시 혈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차신경과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인 신경학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뇌종양과 두통
뇌에는 통증수용기가 없는데도 뇌종양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는 이유도 같은 원리다. 종양 자체가 아픈 것이 아니라, 커진 종양이 뇌막이나 혈관을 압박하거나 두개골 안의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두개골은 단단한 뼈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 공간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작은 변화만으로도 주변 조직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아침에 심한 두통이나 반복적인 구토가 동반된다면 두개내압 상승의 신호일 수 있어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뇌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뇌가 통증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뇌는 몸 곳곳에서 전달되는 통증 신호를 분석하고 해석해 우리가 아픔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중추 기관이다. 다시 말해, 뇌는 자신의 통증은 느끼지 못하지만 몸 전체에서 전달되는 통증 정보를 해석한다. 우리가 두통을 느끼고 몸의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뇌의 역할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