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벽일까, 창작 의식일까 — 자신만의 집필 습관을 고집했던 작가들

글을 쓰는 한 노인의 이미지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몰입을 위한 습관들

많은 사람들은 작가의 영감을 갑자기 떠오르는 번개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작가들은 창작에 들어가기 전, 자신만의 반복적인 습관과 환경을 중요하게 여겼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인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거의 의식처럼 반복하는 행동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특정한 냄새가 있어야 했고, 어떤 사람은 같은 자세와 같은 도구를 고집했다. 때로는 거의 괴벽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단순한 취향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집중과 몰입의 상태로 이끌기 위한 일종의 창작 루틴에 가까웠다.

냄새와 분위기에 의존했던 작가들

프리드리히 실러의 초상화

프리드리히 실러의 석판화 초상

By Jos. Koehle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는 책상 서랍 속에 썩은 사과를 넣어두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작업실에 퍼지는 그 냄새가 있어야 창작에 집중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외부 소음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방 벽에 코르크를 붙여 소리를 차단했고, 거의 침대에 누운 상태로 집필을 이어갔다. 조용하고 닫힌 공간 자체가 그의 창작 환경이었던 셈이다.

20세기 초 프랑스 작가 콜레트(Colette, 1873~1954)는 자신이 기르는 프렌치 불독의 털을 쓰다듬거나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창작에 몰입하곤 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반복되는 감각과 풍경이 창작 상태로 들어가는 신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정 도구를 고집한 작가들

제임스 조이스의 초상

1928년 파리 일드프랑스의 제임스 조이스. 베레니스 애벗 컬렉션

By Berenice Abbott,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는 커다란 파란 연필로만 글을 썼고, 반드시 흰옷을 입은 채 엎드린 자세에서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68)은 오직 연필만 사용했다. 그는 항상 완벽하게 깎아둔 연필 12자루를 책상 위에 준비해 두었는데, 집필 도중 연필이 부족해지면 창작의 흐름이 끊길까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구에 대한 이런 집착은 단순한 취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반복적으로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뇌는 그것을 “창작을 시작하는 신호”로 연결하기 시작한다.

몸의 자세까지 중요했던 작가들

헤밍웨이의 타이프라이터

헤밍웨이가 사용한 언더우드 휴대용 타자기와 가죽 케이스. 사진: 짐 히피(Jim Heaphy)

By Cullen328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서서 글을 쓰는 습관으로 유명했다. 그는 타자기를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작업했으며, 특히 새벽 시간의 집중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반대로 트루먼 커포티(Truman Capote, 1924~1984)는 자신을 “완전히 수평 상태의 작가”라고 부를 정도로 누워서 글을 쓰는 것을 선호했다. 그는 침대나 소파에서 원고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창작은 단순히 머리로만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다. 자세와 호흡, 주변 환경까지도 집중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스로를 강제로 고립시킨 작가들

 빅토르 위고의 초상

투명 배경의 흑백 빅토르 위고 이미지

By Étienne Carjat,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는 마감에 몰입하기 위해 자신의 옷을 하인에게 맡겨버렸다고 한다. 외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강제로 집필에 집중하려 했던 것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1799~1850)는 엄청난 양의 커피를 마시며 밤새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커피가 정신을 깨어 있게 만들고 사고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고 믿었다.

몰입 상태를 만드는 반복

이런 사례들은 단순한 괴벽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일정한 행동과 환경은 뇌에 특정 상태를 유도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특정한 냄새, 자세, 시간, 도구, 공간이 반복되면 뇌는 그것을 집중과 창작의 상태와 연결하기 시작한다. 결국 많은 작가들의 독특한 습관은 단순한 미신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몰입과 창작의 상태로 이끌기 위한 일종의 의식에 가까웠던 셈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순간적인 번뜩임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꾸준히 작업 상태로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과 리듬을 만들어내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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