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네의 꽃시계: 꽃으로 시간을 알 수 있을까?

꽃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이용해 하루의 시간대를 추정하는 린네의 꽃시계 구상도

꽃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이용해 하루의 시간대를 가늠하는 린네의 꽃시계 구상도

By Kiss Veronika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시계 대신 꽃을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을까? 아침에 꽃잎을 여는 식물과 낮에 꽃잎을 오므리는 식물을 함께 심으면 그 움직임으로 하루 중 어느 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의 박물학자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1778)가 구상한 ‘린네의 꽃시계’(Linnaeus’s flower clock)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꽃이 알려 주는 시간

린네는 여러 식물을 관찰하면서 꽃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종마다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1751년 출간한 《식물철학》(Philosophia botanica)에서 이러한 관찰을 정리하고, 라틴어로 ‘꽃시계’를 뜻하는 Horologium florae를 소개했다.

꽃시계의 원리는 서로 다른 꽃의 움직임을 시간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 어떤 꽃이 열려 있고 어떤 꽃이 닫혀 있는지를 살펴 대략적인 시간대를 알아낸다. 하루 동안 꽃이 열리고 닫히는 순서에 맞춰 식물을 배치하면 정원을 하나의 시계처럼 읽을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린네는 모든 꽃이 시계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날씨나 낮의 길이에 따라 꽃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달라지는 식물과 일정한 시각에 움직인다고 여긴 식물을 구분했다. 꽃시계에 이용하려 한 것은 후자였다.

실제로 만들었을까?

중부 유럽의 지리적 조건에 맞춰 구성한 꽃시계의 예

중부 유럽의 지리적 조건에 맞춰 구성한 꽃시계의 예 (시간대별로 서로 다른 식물 배치)

By Kiss Veronika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린네가 꽃시계를 제안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직접 꽃시계 정원을 조성했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런던 린네학회도 그가 직접 꽃시계를 심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린네가 만든 꽃시계’보다 ‘린네가 구상한 꽃시계’라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의 아들 카를 린네(Carl Linnaeus the Younger)도 관련 관찰과 연구를 이어받았다. 런던 린네학회에는 아들이 1750년대 말 작성한 《식물의 시계》(Horologium plantarum)의 미완성 원고가 남아 있다. 웁살라대학교에서 발표할 학위논문으로 준비한 작업이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

정확한 시계가 되기 어려운 이유

꽃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지만 언제나 같은 시각에 열리고 닫히는 것은 아니다. 식물 내부의 리듬과 빛·어둠의 변화가 함께 작용하며, 기온과 습도 등도 영향을 미친다. 비가 오는 날에는 꽃이 늦게 열리거나 닫힌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

지역에 따른 차이도 있다. 린네가 스웨덴에서 관찰한 시간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위도에 따라 낮의 길이가 달라지고, 꽃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화하는 계절도 맞아야 한다. 여러 시간대를 표시할 식물을 골랐더라도 모두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정원 전체가 동시에 시계 구실을 할 수 없다. 19세기 전반 식물원들이 꽃시계 조성을 시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꽃의 움직임을 관찰하다

린네의 꽃시계는 정확한 시계를 대신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꽃의 색과 형태를 넘어 하루 동안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구상이다.

꽃이 언제 열리고 언제 닫히는지를 기록하면 같은 정원도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린네의 꽃시계는 그 관찰을 시간을 읽는 방법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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