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된 브론테 자매 초상화 파일을 디지털로 복원한 버전
By Branwell Brontë,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자매인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1816~1855)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1818~1848), 앤 브론테(Anne Brontë, 1820~1849)는 모두 작가로 알려져 있다. 같은 집에서 자라고 같은 환경 속에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이들의 작품 세계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출발선
세 자매는 영국 요크셔(Yorkshire)의 하워스(Haworth)에서 성공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이들을 포함한 여섯 남매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이모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다.

브론테 자매가 살던 집(하워스 목사관) 정원에 있는 기념상
By Immanuel Giel – Own wor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어린 시절, 자매 중 일부는 기숙학교에 보내졌지만 건강 문제로 오래 머물지 못했다. 비교적 온전히 학교 생활을 경험한 것은 샬럿 한 사람이었다. 특히 같은 학교에 다녔던 두 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경험은 가족 전체에 깊은 흔적으로 남았다.
집이 있던 요크셔 하워스 주변은 황량한 벌판과 바람이 부는 고지대로 외부와의 교류는 많지 않았다. 또래와 어울릴 기회가 제한된 대신, 자매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부터 이들은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작은 책 형태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서로의 글을 읽고 수정하며 하나의 세계를 공유했다. 고립된 환경과 제한된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확장된 상상력은 세 자매의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형상화되었다.
서로 다른 세계
성인이 된 이후, 세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들이 바라본 세계는 달랐다.
-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Jane Eyre)』는 한 여성의 성장과 자아를 중심에 둔다. 고아로 자란 주인공은 교육을 받고, 가정교사로 일하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이 작품은 당시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독립적인 개인’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드러낸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지만, 내면의 흐름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전혀 다른 결을 보인다. 이 작품은 구조적으로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감정의 밀도가 압도적이다. 사랑과 증오, 집착과 파괴가 뒤섞이며 인물들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배경이 되는 황야와 거친 자연은 인물의 감정과 맞물려 하나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 작품은 도덕적 판단보다 감정 그 자체를 드러내는 데 가깝다.
-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는 보다 현실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작가 자신의 가정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중산층 가정 내부의 위선과 교육의 현실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과장된 감정보다는 구체적인 상황과 관찰이 중심이 되며, 당시 사회의 구조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해(1847년)에 출판된 이 세 작품은 모두 여성의 삶을 다루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한쪽은 내면의 성장, 다른 한쪽은 감정의 폭발, 또 다른 한쪽은 현실의 기록에 가깝다.
그 외의 작품들
세 자매가 남긴 작품은 앞서 언급한 대표작과 1846년 공동 시집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샬럿 브론테는 『제인 에어(Jane Eyre)』 이후 『셜리(Shirley)』와 『빌레트(Villette)』를 통해 현실과 여성의 자아를 보다 확장된 시선으로 다루었고, 사후에는 초기 작품인 『교수(The Professor)』가 출판되었다.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한 편의 장편 소설을 남겼지만, 시를 통해 독자적인 정서를 구축했다.
앤 브론테는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와 『와일드펠 홀의 세입자(The Tenant of Wildfell Hall)』에서 가정과 사회의 현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같은 시대, 같은 제약

커러 벨, 엘리스 벨, 액턴 벨로 서명한 브론테 자매의 필적
By Charlotte, Emily, Anne Brontë,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세 자매가 글을 쓰던 시기는 여성 작가가 자유롭게 활동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작품의 평가는 종종 성별에 의해 좌우되었고, 문학적 성취 역시 공정하게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들은 이러한 한계를 피하기 위해 남성 필명(Currer Bell, Ellis Bell, Acton Bell)을 사용했다. 작품이 이름이 아니라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짧은 생애 또한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세 자매 모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샬럿은 38세, 에밀리는 30세, 앤은 29세에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작품은 사후에 더욱 널리 평가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