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물건을 만지면 과거를 볼 수 있을까?

오래된 회중시계를 만지며 무언가 이미지를 떠올리는 남자

사물에 남은 과거의 기억

오래된 회중시계 하나를 손에 쥐었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낯선 사람의 얼굴이나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계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물건을 만지거나 가까이하는 것만으로 그 물건과 관련된 사람이나 과거의 사건을 감지한다는 초능력을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코메트리가 처음부터 단순한 신비주의적 믿음으로만 제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이것을 인간에게 숨어 있는 미지의 감각 능력으로 보고, 당시 나름의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영혼의 측정’에서 시작된 사이코메트리

‘사이코메트리’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은 미국의 의사 조지프 로즈 뷰캐넌(Joseph Rodes Buchanan)이다. 그는 1842년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Psychometry는 ‘영혼·정신’을 뜻하는 psyche와 ‘측정’을 뜻하는 -metry를 결합한 말로, 문자 그대로는 영혼의 측정이라는 뜻이다.

뷰캐넌은 인간의 정신에는 일반적인 감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한 감지 능력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능력이 손끝의 예민한 감각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여러 종류의 금속이나 물질을 종이에 싸서 보이지 않게 한 뒤, 손가락을 대어 그것이 무엇인지 구별해내는 실험도 했다.

이후 그의 생각은 훨씬 대담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봉인된 편지를 통해 편지를 쓴 사람의 성격을 알아내거나, 사진만으로도 그 사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뷰캐넌이 말하는 사이코메트리는 단순히 물건을 손으로 만져 알아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정상적인 감각의 범위를 넘어 사물에 담긴 정보를 정신이 직접 읽어내는 능력으로 확대되었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망원경

사이코메트리에 대한 생각은 여기서 더욱 대담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사람이 사용한 물건뿐 아니라 모든 사물이 자신이 겪은 주변 환경과 사건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래된 화산암에는 화산이 폭발하던 순간의 흔적이, 고대 유적에서 나온 돌에는 당시 사람들과 건물의 모습이, 운석에는 우주 공간을 떠돌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런 물건을 손에 쥐면 그 흔적이 이미지나 감각의 형태로 되살아난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사이코메트리는 일종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망원경(telescope into the past)’이 된다.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어떤 형태로든 보존되어 있고, 특정한 사람이 물건을 매개로 그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세계 자체가 거대한 녹화장치처럼 자신의 역사를 저장하고 있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사이코메트리의 가장 큰 문제가 나타난다.

과거의 기억인가, 인간의 상상인가?

사이코메트리를 연상시키는 신비스런 손

사이코메트리에 관한 기록에는 대상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묘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실과 맞지 않는 묘사 역시 적지 않다. 문제는 둘을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오래된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머릿속에 매우 생생한 장면이 떠올랐다고 해보자.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과 실제 사실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인간의 뇌는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능숙하다. 작은 단서에서 연상을 시작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완성된 장면을 구성할 수 있다. 물건의 형태나 질감, 냄새, 무게 같은 단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험자의 표정이나 질문 방식처럼 사소한 정보가 무의식적인 힌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묘사를 계속 제시하다 보면 그중 일부가 우연히 실제 사실과 맞아떨어질 수 있다.

사람은 수많은 실패보다 몇 번의 놀라운 성공을 훨씬 강하게 기억한다. 결국 몇 차례의 인상적인 ‘적중’이 능력 전체를 실제보다 훨씬 신비롭게 보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사이코메트리가 실제 능력인지를 확인하려면 대상에 대한 사전 정보나 감각적 단서, 실험자의 암시, 우연한 적중 등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사이코메트리에 대한 과학적 검증

현재까지 사이코메트리가 실제 인간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신뢰할 만하게 입증하고 반복적으로 재현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따라서 현대 과학에서는 사이코메트리를 확립된 인간의 감각 능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에서 어떤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인정받으려면 몇 차례 놀라운 사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실험하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피험자가 사전에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나 미세한 감각적 단서, 실험자의 무의식적인 암시, 우연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도 결과가 반복되어야 한다. 사이코메트리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현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래된 초심리학 문헌에서 ‘물건에 과거의 흔적이 기록된다’거나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을 만나더라도 이를 오늘날 확립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과거는 정말 사물에 흔적을 남긴다

그렇다고 ‘과거가 사물에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과거는 물질에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나이테에는 과거의 기후가 기록되고, 암석에는 오래전 지구환경의 변화가 남는다. 화석에는 사라진 생명체의 흔적이, 고고학적 유물에는 그것을 만들고 사용했던 인간의 생활이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흔적을 분석해 우리가 직접 본 적 없는 과거를 복원한다.

그러나 이것은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물리적 흔적이다. 사이코메트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물이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의 ‘기억’을 저장하고 인간의 정신이 그것을 직접 읽어낸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사이코메트리는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선다. 물건에는 단순한 물리적 흔적을 넘어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가 어떤 형태로 기록되어 있으며, 특별한 감각을 가진 사람은 그 기록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런 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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