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티스피어, 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된 또 하나의 생태계

미세플라스틱과 자연 입자의 미생물 군집 비교

미세플라스틱과 자연 입자 표면에서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비교 개념도

By Jake Bowley, Craig Baker-Austin, Adam Porter and Ceri Lewi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플라스틱이 만든 새로운 서식지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더 이상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해양에 오래 머무는 플라스틱의 표면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미생물이 부착하고 증식한다. 이렇게 형성된 미생물 군집은 하나의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며, 플라스틱은 새로운 서식지 역할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미생물 군집을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라고 부른다. 플라스틱(plastic)과 생물권을 뜻하는 바이오스피어(biosphere)를 결합해 만든 용어로, 해양 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되는 미생물 생태계를 의미한다.

플라스티스피어란 무엇인가

플라스틱은 바닷물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바다를 떠다니는 동안 표면에는 유기물과 다양한 분자가 흡착되고, 이를 바탕으로 미생물이 정착하면서 점차 복잡한 군집이 형성된다.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티스피어를 이루는 미생물은 주변 바닷물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구성에 차이를 보인다. 이는 플라스틱이 단순한 부유물이 아니라 해양 미생물에게 새로운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플라스티스피어’라는 용어는 2013년 해양 플라스틱 표면의 미생물 군집을 분석한 연구에서 처음 제안됐으며, 이후 해양 미생물학과 환경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왜 주목받는가

플라스티스피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플라스틱이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미생물의 이동과 분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비브리오속(Vibrio)과 에스케리키아속(Escherichia)을 비롯한 다양한 미생물이 플라스틱 표면에서 확인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특정 미생물을 먼 해역으로 운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플라스틱이 질병을 직접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플라스틱이 미생물의 서식과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단계에 있으며,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계속 연구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도 있을까

플라스티스피어 연구는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는 방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연구진은 남극해의 플라스티스피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올레이스피라(Oleispira) 속 미생물을 확인했다. 이 미생물은 석유와 같은 탄화수소를 분해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양 오염 물질의 자연 정화 과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플라스틱 자체를 효과적으로 분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까지는 일부 미생물이 특정 플라스틱을 제한적으로 분해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을 뿐이며,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준의 기술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오염이 만든 새로운 생태계

플라스티스피어는 플라스틱 오염이 단순히 쓰레기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해양 생태계의 모습까지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는 새로운 서식지가 되고, 이 미생물 군집은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기존 해양 생태계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플라스티스피어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플라스틱이 새로운 생태학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해양 환경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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