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으로 보이는 세 가지 관절 과운동성을 묘사한 그림
By MissLunaRose12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엘러스-단로스 증후군(Ehlers–Danlos syndrome, EDS)은 비교적 낯선 이름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유전성 결합조직 질환군이다. 이 질환의 핵심은 하나다. 우리 몸의 구조를 떠받치는 콜라겐(collagen)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나의 병이 아닌 ‘질환군’
EDS에는 여러 아형(subtype)이 있다. 현재 의학적으로는 13개 유형이 공식적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각각의 원인 유전자와 증상 양상이 다르다. 하지만 모든 유형은 콜라겐의 구조나 생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잘 늘어나는 피부 (과도한 피부 신전성)
By Ellen C. Kelleher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콜라겐은 단순히 피부 탄력을 담당하는 성분이 아니다.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이사벨 황(Isabel Huang) 박사가 설명하듯, 콜라겐은 관절과 혈관, 장기와 인대 등 인체 전반의 구조와 기능을 지탱하는 핵심 물질이다. 이런 이유로 EDS는 관절을 비롯해 피부와 혈관, 소화기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신적 질환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형태: 관절 과운동성
EDS의 여러 유형 가운데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것은 관절 과운동성(hypermobile EDS)이다. 이 경우 팔꿈치, 무릎, 엉덩이, 손가락 같은 관절이 정상 범위를 넘어 쉽게 꺾이거나 늘어난다.

엉덩이관절과 무릎의 과운동성
By Ellen C. Kelleher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문제는 “유연하다”는 말로 이 상태가 가볍게 오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관절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복적인 통증, 탈구, 피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유연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증상은 왜 이렇게 다양할까
EDS의 증상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흔히 보고되는 증상으로는 피로감, 만성 통증, 느슨한 관절, 쉽게 늘어나고 약한 피부, 멍이 잘 드는 경향 등이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구토, 설사, 변비, 복부 경련 같은 소화기 증상도 동반된다.
이 다양성 때문에 EDS는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분산되어 나타나고, 각각이 흔한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EDS는 약 5,000명 중 1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진단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는 ‘관리’에 가깝다
EDS는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완치 치료는 없다. 대신 치료의 목표는 증상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줄이며,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생활 습관 조정과 약물 치료가 기본이 된다.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도 근육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신체 활동은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균형 잡힌 식사 역시 관리의 한 부분이다. 만성 질환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불안과 우울을 다루는 것 또한 치료의 일부로 여겨진다.
EDS가 있다고 해서 삶의 가능성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자신의 몸이 일반적인 기준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질환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은 유행어도, 생활 속 불편을 가리키는 별명도 아니다. 의학적으로 정의된 실제 질환이며,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주제다. 동시에 이 질환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DS를 이해한다는 것은 특정 증상을 하나의 병명으로 묶는 일이 아니라, 몸의 구조와 기능을 떠받치는 결합조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는 일에 가깝다. 이 질환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우리가 평소에는 그 역할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