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

프랑스 음악가 Sarasara의 데뷔 앨범 《Amor Fati》(2016)의 아트워크. 영국 사진작가이자 예술가 알바 버나딘(Alva Bernadine)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프랑스 음악가 Sarasara의 앨범 《Amor Fati》 아트워크

By Gildsmotif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라틴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번역된다. amor는 ‘사랑’, fati는 ‘운명’을 뜻하는 fatum의 속격 형태다. 따라서 amor fati를 문자 그대로 옮기면 ‘운명에 대한 사랑(love of fate)’이 된다. 문법적으로는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명령문이 아니라 ‘운명애(運命愛)’라는 명사구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사랑하는 것

아모르 파티는 흔히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라”는 의미로 이해되지만, 철학적인 의미는 단순한 체념과 조금 다르다. 체념은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다. 아모르 파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일어난 일과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까지 자신의 삶을 이루는 일부로 긍정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그렇다고 실패나 고통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다른 과거를 바라기보다, 그것까지 포함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아모르 파티와 니체

아모르 파티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를 대표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다. ‘Amor fati’라는 표현은 니체가 만든 표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 제276절에서 삶에서 필연적인 것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뒤,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언급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초상 사진(컬러 복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

By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 생각은 후기 저작 《이 사람을 보라》에서 더욱 강한 표현으로 다시 등장한다. 니체는 아모르 파티를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나의 공식’이라고 표현하면서, 필연적인 것을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따라서 니체에게 아모르 파티는 운명 앞에서 수동적으로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 전체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영원회귀와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는 니체의 영원회귀와도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영원회귀를 삶에 대한 하나의 시험으로 해석한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 삶이 똑같은 모습으로 끝없이 반복된다고 해도 나는 이 삶을 다시 원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일어난 좋은 일뿐 아니라 실패와 고통까지 포함한 삶 전체가 그대로 반복되더라도 그것을 다시 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모르 파티가 말하는 삶의 긍정을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모르 파티와 영원회귀가 같은 개념인 것은 아니다. 두 개념은 니체가 강조한 삶의 긍정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니체 이전에도 비슷한 생각이 있었을까?

아모르 파티라는 표현은 니체와 연결되지만 운명과 필연을 받아들이려는 사상 자체가 니체에게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고대 스토아 철학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사건과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프랑스 음악가 Sarasara의 앨범 《Amor Fati》 아트워크

프랑스 음악가 Sarasara의 앨범 《Amor Fati》 아트워크

By Gildsmotif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때문에 스토아 철학과 아모르 파티는 흔히 함께 논의된다. 니체 역시 스토아 철학의 운명관과 지속적으로 대화했지만, 아모르 파티를 스토아 철학에서 그대로 가져온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두 사상의 강조점에도 차이가 있다. 스토아 철학이 자연의 질서와 필연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중시했다면, 니체의 아모르 파티는 필연적인 것을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한다는 적극적인 삶의 긍정을 강조한다.

오늘날의 아모르 파티

오늘날 아모르 파티는 철학적 맥락을 넘어 하나의 인생 격언처럼 사용된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말자’,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자’,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자’ 같은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모르 파티는 단순한 긍정적 사고와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으라는 말이 아니라, 좋은 일과 나쁜 일, 성공과 실패를 모두 포함해 이미 주어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모르 파티는 운명에 순응하라는 말이라기보다 바꿀 수 없는 것까지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그 삶 자체를 긍정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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