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의 거상 (The Colossus of Rhodes): 사라진 불가사의, 남겨진 상상력

로도스의 거상

태양신에게 바쳐진 로도스의 청동상 이미지 (출처: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태양신의 도시, 항구를 지키다

기원전 3세기, 그리스 로도스(Rhodes) 섬의 항구 입구에는 거대한 청동상이 세워졌다. 높이 36미터, 받침대까지 포함하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조각상은 태양신 헬리오스(Helios)를 본떠 만들어졌고,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그 자체로는 짧은 생애였지만, 상징성과 상상력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다.

로도스를 지킨 신에게 바치다

로도스는 기원전 305년부터 약 1년에 걸쳐, 소아시아의 왕 ‘데메트리오스 1세 폴리오르케테스(Demetrios I Poliorcetes)’의 포위 공격을 받았다. 끝내 로도스는 항복하지 않았고, 이 승리를 신의 도움이라 믿은 시민들은 감사의 표시로 헬리오스 조각상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조각가는 린도스(Lindos) 출신의 카레스(Chares)였으며, 이 거상은 약 12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청동 외피 안에는 돌과 철이 채워졌고, 기술적으로 정교한 구조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 형태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당시 모습을 기록한 그림이나 조각, 모형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

로도스의 거상은 기록 속에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조차 단정할 수 없다. 널리 알려진 상상도는 거상이 다리를 벌린 채 그 사이로 배가 드나드는 모습이지만, 그러한 자세는 당시의 건축 기술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것이 후대 화가들의 상상적 묘사이며, 실제로는 뉴욕의 자유 여신상(Statue of Liberty)처럼 항구 한쪽에 서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얼굴이나 손의 자세, 들고 있었을지도 모를 횃불이나 무기 등은 모두 추정에 불과하다. 거상의 가장 큰 특징은 실물보다 오히려 상상 속 이미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거인의 짧은 생애

완공된 거상은 불과 66년 만에 지진으로 무너졌다. 기원전 224년의 큰 지진은 도시 전체에 피해를 입혔고, 거상 역시 균형을 잃고 붕괴되었다. 무너진 거상의 잔해는 모두 수거되어, 청동은 녹여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어떤 물리적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고대 여행자들의 기록과 불가사의 목록 속 묘사가 오늘날까지 그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다.

실재보다 오래 남은 상징

로도스의 거상은 실물로는 사라졌지만 상상과 전설 속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로도스라는 도시국가가 신과 시민, 정치와 예술을 하나로 엮어 만들어낸 기념비적 유산이었다. 지금은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거상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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