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젤리 © Lairich Rig,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14세기부터 이어진 목격담
끈적하고 반투명한 젤리 형태의 물질이 비 온 뒤 땅 위에 남겨진 모습은 낯설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이 물질은 ‘스타 젤리(Star Jelly)’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젤리 같은 물질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이미 14세기부터 민간 전승에 등장하며, 당시 사람들은 이를 ‘별이 떨어진 흔적’으로 여겼다. 현재까지도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스타 젤리는 여전히 과학계의 작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끈적한 젤리, 어디서 왔을까?
스타 젤리는 젤리처럼 투명하거나 흰빛을 띠며, 땅 위나 풀숲 위에 덩어리 형태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믿음으로 ‘떨어진 별’이라 불렸고, 이후에는 ‘별의 콧물’이나 ‘달의 배설물(caca de luna)’ 같은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별이나 외계 기원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운석조차 대기권에서 타버리는 상황에서 수분이 많은 젤리 물질이 하늘에서 그대로 지상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력한 가설: 소화되지 못한 개구리 알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설은 맹금류(올빼미, 매 등)가 개구리를 잡아먹고 알이나 내장을 소화하지 못해 토해낸 잔해물이라는 것이다. 개구리 알은 물을 흡수하면 급격히 팽창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로 인해 젤리 형태로 변한 잔해가 지면에 남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가설은 실제 야생에서 유사한 모습의 물질이 관찰된 사례와도 일치한다. 다만, 모든 사례가 맹금류와 연관되었다고 단정짓기엔 부족한 부분도 있다.
조류와 균류: 대기 중 수분을 흡수하는 생명체
또 다른 설은 조류(藻類)나 균류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Nostoc commune’이라는 청록조류는 건조한 상태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비를 맞으면 급격히 젤리처럼 팽창한다. 들판이나 풀밭 위에 정체불명의 젤리 물질이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일부 슬라임곰팡이(slime mold)는 조건이 맞으면 젤리 상태로 자리 잡으며 일시적인 젤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실험실 분석: DNA가 없다?
스타 젤리를 연구하기 위해 일부 표본을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생물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DNA가 검출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 점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비생물적 기원’일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DNA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생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표본이 이미 변형되었거나, 채취 당시 오염이 발생했거나, 분석 방법이 충분히 민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스타 젤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미국, 칠레, 인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보고되어 왔고, 한국에서도 유사한 젤리 상황이 간혹 목격된다. 다만 개구리 알이나 조류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스타 젤리라는 명칭 자체가 아직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생물에서 비롯되었든, 생물이 아닌 자연현상이든, 스타 젤리는 아직 정체를 확실히 단정할 수 없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더 정교한 분석이 이뤄질 경우 명확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