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성의의 전신 사진. 예수가 매장될 때 덮였다고 전해지는 아마포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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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천의 등장
토리노 성의는 이탈리아 토리노 대성당(Duomo di Torino, Turin Cathedral)에 보관된 가로 약 4미터, 세로 약 1미터의 아마포 수의로,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감쌌던 천이라고 믿고 있다. 천에는 앞‧뒷면으로 사람의 전신 형상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는데, 상처 자국이 십자가형을 연상시키면서 일찍부터 신앙의 대상이자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중세의 기록과 위조 논란
성의가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4세기 프랑스에서였다. 당시부터 이미 “거짓된 유물”이라는 교회의 의심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성의는 많은 신자들에게 신비와 경건의 대상이 되었고, 성지를 순례하듯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이중성은 지금까지도 성의를 둘러싼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과학의 도전 ―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1988년, 성의의 일부 직물이 채취되어 방사성탄소 연대측정(radiocarbon dating)이 진행되었다. 결과는 1260년~1390년 사이, 즉 중세 시기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성의를 “예수 시대의 유물”로 보는 믿음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론이 제기되었다. 샘플이 성의 본체가 아니라 나중에 덧대어진 부분이었을 가능성, 오염물질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논쟁은 한층 복잡해졌다.
토리노 대성당(Duomo di Torino, Turin Cathedral)
By Livioandronico2013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이미지가 남은 원인은 무엇인가
성의에 새겨진 인체 형상은 또 다른 수수께끼다. 어떤 이는 중세 화가가 특별한 안료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과학자들은 붓질 흔적이나 색소 입자를 찾지 못했다. 다른 이들은 미세한 열이나 화학 반응, 또는 알 수 없는 광학적 현상으로 천에 형상이 새겨졌다고 추정한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DNA와 직물 연구의 새로운 단서
2015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성의의 미세 샘플에서 인간·동물·식물의 DNA가 추출되었다. 분석 결과 성의에는 최소 14명에서 많게는 21명에 해당하는 서로 다른 인간 DNA가 남아 있었으며, 이들의 기원은 서유럽, 코카서스,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인도, 그리고 중동 갈릴리까지 다양했다. 특히 드루즈(Druze) 공동체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하플로타입이 검출된 점은 성의가 실제로 중동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믿음과 과학 사이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토리노 성의는 지금까지도 정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신앙인에게는 신성한 유물이자 과학자에게는 풀리지 않은 퍼즐로 남아 있다. 연대측정은 중세 제작설을 뒷받침하지만, 직물과 DNA 연구는 훨씬 오래된 기원을 암시한다. 바로 이 모순이 성의를 더욱 매혹적인 미스터리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