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다 카피바라의 동굴: 아메리카 대륙의 잃어버린 역사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의 영구 보호구역. By Diego Rego Monteiro,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3116777

서론

브라질 북동부 피아우이(Piauí) 주에 위치한 ‘세라 다 카피바라(Serra da Capivara)’ 국립공원은 단순한 자연보호구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는 아메리카 대륙 정착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기존의 통설을 뒤흔들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는 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다.

여전히 교과서에는 “최초의 이민자들, 즉 오늘날 ‘인디언’들의 조상은 빙하기 동안 육지로 드러난 베링해협을 통해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로 건너왔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고고학자 니에데 기돈(Niède Guidon)에 의해 이 지역이 발굴됨으로써 기존의 역사적 통설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세라 다 카피바라의 발견

1970년대부터 니에데 기돈은 세라 다 카피바라의 수많은 동굴과 절벽에 새겨진 선사시대 벽화에 주목했다. 이 지역에는 약 40,000개의 벽화가 존재하는데 사냥 장면, 동물, 인간의 의식 등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메리카 대륙의 인류 정착 시기보다 훨씬 이른 흔적들이었다.

기돈은 이 벽화들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당시 인류가 남긴 중요한 기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학계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통설은 베링해협을 통한 13,000년 전 이주설(Clovis First Theory)이었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 클로비스 퍼스트의 붕괴

클로비스 퍼스트 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빙하기 동안 드러난 베링 육교(Bering Land Bridge)를 통해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했다. 그러나 세라 다 카피바라의 유적은 그 연대를 최소 32,000년에서 50,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 이론을 완전히 뒤집는 발견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목탄 화로를 발견했고,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그 시대를 추정했다.

니에데 기돈의 주장은 분명했다. ‘아메리카의 역사는 지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그녀의 연구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유물과 고고학적 증거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남적도 해류와 아프리카 기원설

기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초의 아메리카인이 아시아가 아닌 아프리카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이론은 남적도 해류(South Equatorial Current)가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실제로 탐험가 토르 헤이에르달(Thor Heyerdahl)은 파피루스로 만든 배를 타고 모로코에서 바베이도스까지 항해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사용한 기술은 고대에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설이 맞다면, 세라 다 카피바라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고대 해양항로의 종착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곳에 남겨진 벽화와 유물들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최초의 항해자들이 남긴 기록일 가능성이 커진다.

미스터리의 중심, 벽화

세라 다 카피바라의 벽화

By Vitor 1234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176639

 

세라 다 카피바라 벽화

By Douglas Iuri Medeiros Cabral – Punições,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2940533

 

세라 다 카피바라의 벽화는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다. 특히, 이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들 중에는 현재 남미에서 발견되지 않는 종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당시 이 지역에 다른 생태계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벽화들은 특정 양식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이것은 같은 시기에 한 무리가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집단이 오랜 세월에 걸쳐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세라 다 카피바라는 단일 문명이 아니라 여러 집단이 지나간 ‘교차로’였을지도 모른다.

결론

세라 다 카피바라 동굴은 단순한 고고학적 발견이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단서를 제공한다. 만약 니에데 기돈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는 인류의 이주 경로와 고대문명의 범위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세라 다 카피바라는 아프리카와 남미를 잇는 고대 해양 항로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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