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은 소녀, 루피나 캄바세레스(Rufina Cambaceres)의 무덤

루피나 캄바세레스의 영묘

부에노스아이레스 레콜레타 공동묘지에 있는 루피나 캄바세레스의 영묘

By Elemaki – Own work, CC BY 3.0, wikimedia commons.

문 앞에 멈춰 선 소녀의 영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 레콜레타(La Recoleta) 공동묘지는 아름다운 영묘와 조각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기묘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은 화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문 앞에 한 소녀의 조각상이 서 있는 특이한 영묘다.

문 앞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청춘의 조각상. 손은 문손잡이에 살며시 얹혀 있고, 그 시선은 마치 지금이라도 밖으로 걸어나가려는 듯하다. 그녀의 이름은 루피나 캄바세레스(Rufina Cambaceres)로, 사람들은 그녀를 “두 번 죽은 소녀”라고 부른다.

생일날 갑작스런 의식 상실

대지주의 유일한 상속녀였던 루피나는 1902년,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파티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세 명의 의사가 차례로 진찰한 끝에 내려진 결론은 사망이었다.

루피나는 그대로 관에 눕혀졌고, 가족들은 슬픔 속에서 장례 절차를 치렀다. 화려한 삶을 살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상류층답게, 영묘 또한 견고하고 아름답게 지어졌다.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열린 관에서 드러난 진실

다음 날, 루피나는 가족 영묘에 안장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관이 다시 열렸을 때, 관계자들은 숨이 멎을 만큼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관 뚜껑의 안쪽에는 손톱으로 긁어낸 깊은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는 루피나가 실제로는 죽지 않은 상태에서 매장되었음을 시사했다. 당시의 의료 수준을 고려하면, 깊은 혼수 상태를 사망으로 오인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루피나 상(Statue)의 얼굴

루피나 상(Statue)의 얼굴

By Jose Luis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일부 전승에 따르면, 관을 다시 열게 된 계기는 묘지 관리인이 밤중에 무덤에서 들은 이상한 소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전설을 따라 추정해보면, 루피나는 어두운 관 속에서 깨어나 필사적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려 했고, 그 필사적인 몸부림 속에서 진짜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훗날 그녀에게 “두 번 죽은 소녀”라는 별명을 남겼다.

끝내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루피나가 갑작스러운 혼수 상태에 빠진 이유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심장 쇼크였다는 설, 약물에 의한 의식 상실이었다는 설 등 다양한 추측만 존재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사회가 즐겨 이야기하던 도시 괴담처럼, 더 극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이 무엇이든, 그녀가 겪은 운명적 비극의 실체는 영묘 속에 묻혀 있다.

오늘도 찾아오는 방문객들

라 레콜레타 공동묘지는 에비타 페론(Evita Perón)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루피나의 영묘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문손잡이에 손을 얹고 서 있는 소녀의 조각상 속에서 그들은 관뚜껑을 두드리며 몸부림쳤을 그녀의 마지막 절망을 떠올린다.

루피나는 19세에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이야기는 여행자들의 마음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적막한 묘지를 걷다 보면 그 비극이 아직도 공기 속에 떠도는 것만 같다.

“두 번 죽은 소녀, 루피나 캄바세레스(Rufina Cambaceres)의 무덤”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