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외곽의 고성에 얽힌 오컬트와 나치의 미스터리
숲 속의 호우슈카 성. By Horakvlado,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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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목적도 없어 보이는 성
체코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숲속 깊은 곳, 호우슈카(Houska)라는 성이 우두커니 서 있다. 이 고성은 겉보기엔 평범한 중세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이상하게 그 위치도, 구조도, 역사도 전형적인 중세 성과는 전혀 다르다.
호우슈카 성은 13세기 후반 보헤미아의 군주 오토카르 2세(Ottokar II)가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성은 국경을 방어하지도, 교역로를 감시하지도 않았다. 인근에 마을도 없었고, 식수나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수로도 없었다. 더 기묘한 점은 성의 방어 시설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외부의 침입자를 막는 대신 무언가를 내부에 가두려는 목적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성 아래에 있다는 ‘지옥의 문’
이러한 기이한 설계는 한 가지 전설과 연결된다. 바로 이곳이 지옥의 문(Hell Gate)을 막기 위해 세워졌다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이 지역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구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이 구멍에서 괴물과 악령이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믿었으며, 수세기 동안 아무도 이곳에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구멍은 아무리 돌을 던져도 메워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지옥으로 통하는 통로로 여겼다. 성이 이 위에 세워진 것은 단순한 신앙적 의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봉인 작업이었던 셈이다.
죄수 실험과 미쳐버린 남자
중세 어느 시점, 이 구멍을 조사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실험이 시도되었다. 지방의 한 공작이 사형수를 대상으로 구멍에 내려보내는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조건은 단순했다. 구멍 속으로 내려가 조사하는 대신,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사형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한 죄수가 선택되어 줄에 묶인 채 천천히 구멍 속으로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급히 그를 끌어올렸을 때 머리는 어느새 백발로 변해 있었고, 얼굴은 수십 년 더 늙어 보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성을 상실한 채 며칠 만에 사망했다.
호우슈카 성 안뜰. By Lukáš Kalista,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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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과 왼손잡이 악마들
지옥문을 봉인하기 위해 성 안에는 한 채의 예배당이 세워졌다. 흥미롭게도 이 예배당은 하늘의 전사인 대천사 미카엘에게 바쳐졌다. 그는 성경에서 사탄과 싸운 존재로 지하의 악마를 억제하기 위한 상징적 존재로 적합했다.
예배당 내부의 벽화는 더욱 불길하다. 왼손잡이 악마들이 구멍에서 기어나오는 장면이 프레스코화로 묘사되어 있으며, 벽면 곳곳에 비틀린 얼굴과 고통스러운 형상이 그려져 있다. 이 성은 단순한 종교 건축이 아니라 무언가를 진정시키고 막기 위한 봉인의 상징처럼 보인다.
나치의 오컬트 실험과 흔적
20세기에 들어 이 기묘한 성은 또 한 번 주목을 받는다. 바로 나치 독일이었다. 히믈러(Heinrich Himmler)를 중심으로 한 나치 상층부는 초자연적 힘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들은 호우슈카 성이 가진 어두운 전설과 봉인된 구멍의 존재에 흥미를 느꼈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이곳에서 오컬트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며 관련 문서는 소각되었고, 어떤 실험이 이루어졌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이후 성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나치 장교들의 유골 수십 구가 발견되었다. 이는 호우슈카 성이 단순한 독일군 주둔지 이상의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암시한다.
지금도 멀리하는 사람들
오늘날 호우슈카 성은 관광지로 개방되어 있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은 이곳을 꺼리는 분위기다. 내부를 둘러본 이들은 복도에서 여자의 발소리를 들었다고 말하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동물의 그림자를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이 성은 단순한 중세 유산이 아니다. 건축물, 종교 상징, 오컬트 전설, 그리고 20세기 비밀실험이 한데 얽힌 미스터리의 집약체다. 성은 지금도 그 깊은 구멍 아래 무언가를 감추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것이 완전히 잠들었다고는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