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이는 바위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레이스트랙 플라야)
By Lgcharlot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데스밸리의 ‘세일링 스톤’ 현상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데스밸리(Death Valley)는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혹독한 환경 중 하나다. 그 안의 ‘레이스트랙 플라야(Racetrack Playa)’라는 평평한 호수 바닥에서는 오랫동안 기이한 광경이 목격되어 왔다. 거대한 바위들이 바닥 위를 스스로 이동한 듯, 수십 미터 길이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움직이는 바위(sailing stones)’라고 불렀고, 한때는 미스터리나 초자연 현상으로까지 여겨졌다.
미스터리의 실마리
수십 년 동안 학자들은 원인을 두고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다. 강풍, 지진, 자기력 등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그러다 2014년, 연구자 리처드 노리스(Richard Norris)와 동료들은 현장에 GPS 센서와 시간 간격 촬영 장치를 설치해 마침내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했다.
움직임의 메커니즘
이 현상은 매우 미묘한 자연적 조합의 결과였다.
- 비가 내린다. 평소에는 메마른 호수 바닥이 얕은 물로 덮인다. 그러나 바위가 완전히 잠길 정도는 아니다.
- 밤이 되면 물이 언다. 낮은 온도에서 얇은 얼음층이 형성된다.
- 낮이 되면 얼음이 깨진다. 햇살에 녹은 얼음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며 물 위에 떠 있다.
- 바람이 분다. 시속 수 미터 정도의 약한 바람이 얼음 조각을 밀면, 그 위의 바위들이 천천히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 물이 증발한다. 결국 물이 모두 말라버리면, 바위와 그 뒤에 남은 길고 얇은 흔적만이 남는다.
이 과정 전체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관찰자 눈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위가 몇 시간 혹은 며칠에 걸쳐 수십 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자연이 만든 완벽한 실험장
이 현상은 바람, 물, 온도, 얼음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일어난다. 그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바위는 그대로 멈춰 있게 된다. 데스밸리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되풀이되면서도 그 안에서 이런 미묘한 균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남은 의미
‘움직이는 바위’의 미스터리가 풀린 지금도 그 흔적을 직접 본 사람들은 여전히 경외감을 느낀다. 이 현상은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자연 법칙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미스터리는 사라졌지만 그 대신 자연의 섬세한 조화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