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나이트 위성, 사진으로 남은 수수께끼

NASA (Public Domain), STS-88 Mission, 1998

테슬라가 들은 신호

1899년, 니콜라 테슬라는 우주에서 온 무언가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미국 콜로라도에서 고전압 무선 실험을 진행하던 중, 평소와는 다른 특이한 전파 신호를 감지한다. 테슬라는 그 신호의 출처를 화성이라 추정했고, “고도로 지능적인 생명체가 보낸 것”이라며 강한 확신을 보였다. 

그는 과학계에서 이미 기발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고, 이 발언은 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이들은 그의 주장을 비웃었지만, 수십 년이 지나 또 다른 해석이 제기된다. 테슬라가 들은 건 외계인의 신호가 아닌, 고대부터 지구를 돌고 있던 정체불명의 인공물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장주기 반향과 초기 보도

이 가설은 일명 “블랙 나이트 위성(Black Knight Satellite)” 음모론의 시작점이다. 주장에 따르면, 이 위성은 약 1만 3천 년 전부터 지구궤도를 돌고 있으며, 테슬라가 감지한 전파 신호 역시 이 물체에서 나온 것이다. 

1920~30년대에는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의 무선통신 연구자들이 이상한 장주기 반향(Long Delayed Echo, LDE) 현상을 보고했다. 수 초에서 수십 초 지연된 반향이 돌아오는 이 특이한 신호는 자연적인 설명이 부족했고, 일부는 이를 외계 기원의 신호로 해석했다.

1954년에는 미국 언론이 정체불명의 인공위성을 미군이 추적 중이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블랙 나이트 위성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처음으로 확산되었다. 아직 미국과 소련 모두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이 보도는 의혹을 더욱 가중시켰다.

타임지 기사와 정보 은폐설

1960년 3월, 『타임(TIME)』지는 정체불명의 “어두운 위성(dark satellite)”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곧바로 해명에 나서며 해당 물체는 자국의 ‘디스커버러(Discoverer)’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해당 해명은 관측 오류나 단순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일부 음모론자들은 이 사건을 정부의 정보 은폐 시도라고 받아들였다.

1998년 STS-88 사진과 논란

이 이론은 1998년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스페이스 셔틀 임무 “STS-88″의 승무원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초기 모듈 결합 작업 중 촬영한 사진에서, 비대칭적이고 검은 물체 하나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사진 속 물체는 마치 접힌 망토처럼 생긴 복잡한 외형을 띠고 있어, 단순한 파편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정형적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 이미지는 블랙 나이트 위성의 존재를 주장해온 이들에게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NASA는 해당 물체가 열 절연재(thermal blanket)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임무에 참여한 우주비행사 제리 로스(Jerry Ross)는 ISS 트러스 구조물을 감싸던 절연 담요가 부착 과정에서 우주공간으로 이탈했으며,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자료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과학적으로는 사진 속 물체가 위성이 아니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졌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 설명으로 남아 있다.

루머인가, 미확인 물체인가

블랙 나이트 위성이 실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테슬라의 실험, 반복되는 전파 신호, 명확하지 않은 정부의 해명,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진 한 장은 이 현상을 단순한 루머로 치부하기엔 애매한 여지를 남긴다.

블랙 나이트 위성은 이후 다큐멘터리와 음모론 커뮤니티, 그리고 SF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되며, 지구를 오래전부터 감시해온 외계 문명의 잔재’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대중문화에 자리잡았다. 

오늘도 지구 상공 어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궤도를 돌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그 믿음의 근거는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빈틈과 한 장의 오래된 사진 속 그림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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