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기록에서 시작된 신화
‘아틀란티스’라는 이름은 기원전 360년경,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이 남긴 두 편의 대화록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는 이 도시를 “헤라클레스의 기둥 너머에 존재했던 강력한 해양 문명국”으로 묘사한다.
아틀란티스는 정교한 수로와 동심원형의 도시 구조, 신전과 궁전이 있는 중심 섬, 그리고 탁월한 군사력과 기술력을 갖춘 이상적인 국가였다. 그러나 결국 교만과 타락으로 인해 신들의 분노를 사게 되어 하루 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전설이 남았다.
실재했을 위치에 대한 수많은 가설들
플라톤이 말한 ‘헤라클레스의 기둥’은 보통 지브롤터 해협으로 해석된다. 이를 단서 삼아 고고학자, 지질학자, 아마추어 탐험가들은 아틀란티스의 위치를 추정해왔다. 대표적인 설은 다음과 같다.
• 산토리니섬(기원전 1600년)
에게해의 산토리니섬은 미노아 문명이 화산 폭발로 사라진 곳이다. 이 유적에서 발견된 고급 주택, 상하수도 시스템은 플라톤이 그린 아틀란티스와 닮아 있다.
• 사하라 사막의 리차트 구조(Richat Structure)
NASA 위성사진으로 식별된 이 원형지형은 중앙에서 바깥으로 퍼지는 구조가 플라톤의 묘사와 유사하다. 지름은 약 40km로 도시 규모로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다.
픽사베이 이미지
• 쿠바 근해 해저 구조물
2001년, 캐나다 해양학자 폴리나 질리츠키(Paulina Zelitsky)는 수심 600m 바닷속에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도 이 발견의 성격은 논쟁 중이다.
현대 과학은 어디까지 접근했나
20세기 후반부터 아틀란티스는 오컬트의 소재를 넘어 과학 탐사의 대상이 되었다. 수중 고고학, 위성 이미지 분석, AI 기반 지형 데이터 해석 등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에드거 케이시(Edgar Cayce)는 바하마 인근을 유력한 후보지로 지목했고, 일부 탐사팀은 실제로 바이미니 로드(Bimini Road)로 불리는 해저 석판구조를 조사했다. 2009년 구글 어스에서 북대서양 해저에 격자무늬 패턴이 포착되며 ‘아틀란티스 발견’이라는 주장이 화제가 됐지만, 이후 해저 측량 흔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에는 ESA(유럽우주국)와 NASA의 위성 데이터를 통해 리차트 구조의 지형과 풍화패턴을 정밀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암석구조와 해수 흔적이 과거 도시의 흔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틀란티스는 어떻게 상징이 되었나
이 도시는 단순한 고대도시가 아니라, ‘잃어버린 이상향’, 또는 ‘문명의 교만에 대한 경고’로 자리 잡았다. 플라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틀란티스는 이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2001), 게임 시리즈 『문명(Civilization)』과 『툼레이더』, 다큐멘터리, 음모론, 유튜브 콘텐츠까지 아틀란티스는 여전히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으로 반복되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의문
아틀란티스를 실제의 장소로 뒷받침할 만한 유적이나 문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잃어버린 문명’이라는 상징성은 실재보다 더 오래도록 사람들의 상상 속에 남아 있다.
누군가는 탐사를 계속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철학적 우화로 되새긴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순간,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린다.
“아틀란티스는 정말 존재했을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