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한 화가가 르네상스 카소네와 기독교식 천사 형상으로 상상한 언약궤.
By Philip Y. Pendleton (1868–1930),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사라진 유물의 시작
기원전 6세기 말, 특히 586년 바빌로니아의 예루살렘 함락 전후에 유대교의 성물인 언약궤(Ark of the Covenant)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약 2,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실제로 존재했는지 논쟁을 이어왔다.
성경 속 묘사
히브리 성경에 따르면, 언약궤는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 시나이 광야에서 제작했다. 재료는 아카시아 나무로 안팎을 금으로 입혔고 길이 약 1.1m, 너비와 높이는 0.66m 정도였다.
뚜껑은 속죄소(mercy seat)라 불리며, 그 위에 날개를 펼친 두 케루빔이 마주보고 서 있었다. 궤에는 금으로 덮인 운반용 장대가 고정되어 있어 아무도 직접 만질 수 없었다.
언약궤의 의미와 역할
성경은 언약궤를 단순한 상자가 아닌,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보좌로 묘사한다. 성막의 지성소 한가운데 두었고, 대속죄일에는 제사장이 향과 피를 뿌려 백성의 죄를 속죄했다.
또한 전쟁에서는 ‘하느님의 깃발’처럼 앞세워 승리를 기원했고, 요르단강을 멈추게 한 기적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부적절하게 다루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경고도 전해진다.
궤 속에 담겼다고 전해지는 것들
성경은 언약궤 안에 세 가지 성물이 들어 있었다고 전한다. 하느님이 모세에게 주신 열 가지 계명이 새겨진 두 개의 돌판과 만나(manna)를 담은 금항아리. 그리고 권위를 상징하는 아론의 지팡이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지금까지 실물로 확인된 적이 없다.
사라진 후의 전승
언약궤에 대한 기록이 역사에서 사라진 이후 여러 전승이 생겨났다. 어떤 전승은 예언자 예레미야가 느보 산 동굴에 숨겼다고 전하며, 또 다른 전승은 바빌론으로 약탈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주장한다. 에티오피아의 악숨에 지금도 보관되어 있다는 설도 있고,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티오피아 악숨의 치온 마리암 교회 별채, 언약궤가 보관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By Adam Coh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학자들의 시각
일부 연구자들은 예루살렘 성전 이전 시기, 각 지역 성소마다 간단한 형태의 ‘지역 언약궤’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화려한 금궤 이야기는 이후 종교 중심이 예루살렘으로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이상화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또한 고대 이집트·근동에서 발견된 이동식 제의 궤와의 유사성은 언약궤가 완전히 독창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의 언약궤
고고학적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 이야기와 전승,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결합해 언약궤는 여전히 역사와 종교, 문화가 만나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