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로 사라진 전설, 아멜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

 

록히드 엘렉트라 10E 앞에서, 에어하트

실종 당시 그녀가 타고 있던 록히드 엘렉트라 앞에 서 있는 아멜리아 에어하트

By Smithsonian Institutio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하늘을 향한 도전

아멜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는 20세기 초 항공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 중 하나다. 1932년, 그녀는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펀들랜드에서 북아일랜드까지 약 15시간에 걸친 긴 비행이었다.

그러나 에어하트는 단순히 특별한 기록을 세운 여조종사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당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던 하늘의 영역을 개척한 인물이었다. 1935년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최초 단독 비행을 완수한 후에는 여성 비행사들을 위한 국제 단체인 ‘나인티-나인스(The Ninety-Nines)’ 창립에도 기여했다.

미완으로 남은 세계 일주

에어하트의 가장 야심 찬 도전은 1937년 세계 일주 비행이었다. 그녀는 쌍발 엔진의 록히드 엘렉트라 10E를 몰고 항법사 프레드 누넌(Fred Noonan)과 함께 하늘로 올랐다. 경로는 복잡했고, 연료 보급과 기상 상황 모두 위험 요소였다. 그럼에도 비행은 순조롭게 이어졌으나, 7월 2일 파푸아뉴기니 라에(Lae)에서 하월드섬을 향하던 중 마지막 교신을 남기고 두 사람은 사라졌다.

당시 하월드섬은 적도 근처의 작은 산호섬으로, 항로 상 중요한 보급 지점이었다. 그러나 항공기와 승무원의 흔적은 오늘날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에어하트의 실종은 단순한 비행 사고를 넘어, 전 세계인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스터리로 자리 잡았다.

끝나지 않는 가설들

그녀의 행방을 둘러싼 가설은 다양하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추측은 연료 고갈로 인한 태평양 추락설이다. 하지만 다른 설도 제기되었다. 어떤 이들은 에어하트가 항로를 이탈해 무인도에 불시착했고, 구조되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부는 당시 정치 상황과 연계해, 비밀 임무 수행 중 포로가 되었거나 다른 이름으로 생존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역사학자와 탐사팀들은 이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해 수십 차례 수색을 벌였지만, 결정적 증거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비행복을 입고 선 에어하트

비행기 앞에 선 아멜리아 에어하트, 1930년대 초(추정)

By Luciaroblego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심해에서 건져 올린 ‘착각’

2024년 1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심해 탐사 기업 딥 시 비전(Deep Sea Vision)이 새로운 단서를 공개했다. 태평양 수심 약 4,900m 지점에서 가라앉은 비행기와 유사한 소나 이미지를 포착한 것이다. 특히 꼬리 부분의 쌍수직꼬리날개 위치에서 강한 반향이 발견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에어하트의 비행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국제 역사 항공기 회수 그룹’(TIGHAR)은 구조적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 록히드 엘렉트라 10E의 중심 구조상, 소나 이미지처럼 날개가 접히려면 동체와 날개 접합부 전체가 파손되어야 하는데, 이는 설계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1개월간의 조사 끝에 탐사팀이 현장을 재방문한 결과, 해당 구조물은 비행기 잔해가 아닌 자연적인 암석 지형으로 판명됐다. 허무한 결론이었지만, 이 사건은 에어하트 탐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전설로 남은 이름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오늘날까지 항공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그녀는 여성 비행사의 가능성을 넓히고,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뜨린 인물이었다. 비록 세계 일주는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 도전 정신과 실종의 미스터리는 한 세기를 넘어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에어하트의 이야기는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려는 의지의 상징이자, 미지의 세계를 향한 항해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메시지다. 하늘 너머로 향한 그녀의 비행은 오늘도 많은 이들에게 ‘다음 도전’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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