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 © Google Earth]
배는 다리 위로, 차는 다리 아래로
네덜란드에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역발상 구조물이 있다. 이 다리 위를 달리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배이며, 그 다리 아래를 지나는 것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이다.
이 독특한 구조물은 네덜란드 하르데르베이크(Harderwijk) 근처의 인공호수, 벨루베메이르(Veluwemeer) 위에 자리한 벨루베메이르 아쿠아덕트(Aqueduct, 수로교)이다.
언뜻 보면 상식을 벗어난 구조물 같지만, 사실은 공학적 합리성과 지형적 조건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 항해 가능한 수로는 2002년에 완공되어, 지금도 N302 도로 위를 가로지르며 배와 자동차가 서로 다른 높이에서 통행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N302 도로
벨루베메이르 호수는 네덜란드 간척 사업으로 형성된 얕은 인공호수이다. 이곳을 가로지르는 N302 도로는 호수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데, 자연스럽게 호수가 도로에 의해 두 구획으로 나뉜 형태가 되었다.
배들이 이 두 구역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서는 도로를 넘는 길이 필요했지만, 수심이 얕고 지반이 약한 이곳에서는 높은 교량을 세우는 것이 비효율적이었다. 그 대신, 네덜란드 엔지니어들은 상식을 뒤집었다. 도로를 잠시 수면 아래로 낮추고, 그 위로 물길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구조가 바로 ‘항해 가능한 수로교’이다.

벨루베메이르 수로교는 벨루베메이르 호수와 볼더르바이트 호수를 연결한다.
By Apdency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도로를 건너는 수로교
벨루베메이르 아쿠아덕트는 길이 25m, 폭 19m, 수심 3m 규모의 짧은 수로이다. 이 지점에서 자동차 도로는 수면보다 낮은 위치로 잠시 내려가 수로 아래를 지난다.
배는 수면 위에서 평소처럼 항해하고, 자동차는 방수 구조물로 설계된 다리 아래 도로를 통과한다. 도로 양쪽에는 보행자 통로도 마련되어 있어, 사람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이 장면은 마치 “물 위를 달리는 다리”가 아니라, “물이 도로를 건너는 다리”처럼 보인다.
공학적 설계의 정교함
이 수로교의 건설에는 약 22,000세제곱미터의 콘크리트가 사용되었다. 또한 강철 시트파일(steel sheet piling)을 설치해 물의 무게를 견디고, 물이나 퇴적물이 도로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짧은 구간이지만 강력한 안정성을 확보해 20년 넘게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왜 이런 구조가 가능했을까?
일반적으로 도로가 호수를 가로지를 경우, 도로를 높여 교량(bridge)을 세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수심이 얕고, 지반이 연약하며, 배의 크기가 작고 흘수가 낮기 때문에, 굳이 높은 다리를 세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도로를 낮추고 그 위로 물길을 통과시키는 것이 시공비용과 유지관리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었다.
즉, 이 수로교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지형적 조건에 대한 정밀한 해석과 경제적 판단이 결합된 결과이다.
공학과 상상력의 만남
벨루베메이르 아쿠아덕트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공학적 사고와 창의적 발상이 결합된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물이 도로를 건너는 이 짧은 공간에는 합리적 발상과 유쾌한 상상력이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