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없는 땅, 츠링기(Tsingy): 석회암이 세운 날카로운 숲

츠링기의 전체적인 뷰

마다가스카르 츠링기의 카르스트 석회암 지형

By Rod Waddington,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칼날 같은 땅, 츠링기

마다가스카르 서부에는 인간의 보행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 지형이 자리하고 있다. ‘츠링기(Tsingy)’라 불리는 이 지역은 수직으로 솟은 석회암 기둥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틈새와 협곡, 동굴이 복잡하게 이어진 거대한 석림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자연이 바늘과 칼날로 지표를 조각해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츠링기’라는 이름이 말라가시어로 ‘맨발로는 걸을 수 없는 곳’을 뜻한다는 사실은 이 지형의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석회암이 만든 독특한 조각품

이 지형은 물에 약한 석회암이 오랜 침식 작용을 거치며 형성되었다. 열대 지역의 강한 비와 지하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바위 틈을 넓히고 깊게 파내며 지형을 변화시켰다. 처음에는 작은 균열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틈은 점점 깊어졌고, 바위는 모서리가 깎이고 날카로운 능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수직의 기둥과 칼날 같은 바위들은 넓은 지역에 걸쳐 석회암 숲을 이루게 되었다.

날 선 바위 끝에 걸린 풍경

추랑가 석회암의 날카로움이 드러나는 사진

츠링기를 걷는다는 것은 지면을 걷는 경험과 다르다. 발을 디딜 수 있는 평지는 거의 없고, 바위의 모서리와 틈새가 길을 대신한다. 바위 표면은 날카로워 손을 스치면 금방 상처가 생길 정도이며, 협곡과 절벽은 예고 없이 깊게 떨어진다.

탐험가들은 이곳을 이동할 때 바위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늘 낭떠러지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장비 없이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시도다.

고립이 만들어낸 생태의 다양성

이 극단적인 지형은 생명에게도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오히려 고유한 생태를 만들어냈다. 바위 틈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은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형태를 갖추었고,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로 진화했다. 좁고 고립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문 동물들 역시 독자적인 생태를 발전시켰다.

이 때문에 츠링기는 종종 ‘진화의 실험실’이라 불린다. 접근이 어려운 환경이 오랫동안 생명체를 외부와 분리해 두었고, 그 고립이 독특한 자연사를 형성한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이 된 석림

츠링기 드 베마라하(Tsingy de Bemaraha) 지역은 이러한 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자연의 긴 시간이 만들어낸 정교한 구조물이다.

큰 츠링가에 걸쳐져 있는 다리

큰 츠링기(Big Tsingy)

By Rod Waddington,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이 지역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큰 츠링기’는 수직으로 솟은 바위 기둥이 밀집한 곳으로, 가장 극적인 지형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협곡과 절벽이 촘촘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전문 장비가 필요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

소 츠링가

소 츠링기(Little Tsingy)

By Gavinevans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반면 ‘소 츠링기’는 규모는 작지만 츠링기 특유의 날카로운 지형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츠링기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 구역으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다.

자연이 만든 배타적 지형

츠링기는 인간에게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 땅이다. 그러나 그 배타성은 오히려 자연을 지켜낸 힘이 되었다. 인간의 접근이 어려웠기에 지형도, 생태도 오랜 시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을 직접 밟지 않더라도, 자연이 인간의 조건에 맞추어 만들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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