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포토시 주 다니엘 캄포스 지역의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
By Martin St-Amant (S23678), CC BY 3.0, wikipedia commons.
끝없는 하얀 대지
남아메리카 대륙 한가운데, 볼리비아 고원의 하늘 아래 펼쳐진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는 지상에서 가장 이질적인 풍경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다. 해발 3,650m, 안데스 고산지대에 자리한 이 소금 평원은 면적만 해도 약 10,582㎢로, 서울의 17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단순한 크기가 아니다.
하늘과 맞닿은 순백의 평원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위에 한발을 내딛은 순간 지리적 감각과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살라르 데 우유니는 자연이 빗어낸 지극히 순수하고 독특한 대지의 얼굴이다.
소금 사막의 탄생
약 4만 년 전 존재했던 민친 호수(Minchín)가 지각 변동과 기후 변화로 점차 말라붙었고, 바닥에는 광범위한 소금층이 남았다. 이렇게 형성된 살라르 데 우유니의 소금층은 오늘날 평균 1에서 10미터 두께로 이어지며, 총 매장량은 100억 톤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광활한 평원은 지금도 순백의 소금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우유니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소금 사막 아래에는 수백억 톤에 이르는 리튬, 칼륨, 붕소 등 전략적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리며,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 원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이유로 우유니는 자연 경관을 넘어, 미래 자원 경쟁의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볼리비아 포토시 주 다니엘 캄포스 지역의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
By LBM1948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우유니 소금 사막을 걸으면 공간 감각이 갑자기 퇴화하는 느낌이다. 하늘과 땅이 뒤섞이고, 모든 방향이 같아 보이며, 멀리 떨어진 사람도 거울 속 환영처럼 왜곡된다. 이곳은 사진가와 영화 제작자들에게 꿈의 무대다. 실제로 여러 광고와 영화 속 몇몇 ‘초현실적 배경’이 이 소금 사막에서 촬영됐다.
볼리비아의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
By Ezequiel Cabrera, CC BY 3.0, wikimedia commons.
가장 유명한 현상은 우기에 펼쳐지는 ‘거울 풍경’이다. 12월에서 3월 사이, 얕은 빗물이 소금 표면을 얇게 덮으면서 완벽한 반사를 만들어낸다. 이때 우유니는 하늘, 구름, 사람, 차, 빛을 모두 품는다. 땅 위에 서 있지만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이, 이곳을 지구가 아닌 듯한 풍경’으로 만든다.
광물, 생명, 그리고 인간의 발자국
순백의 대지는 생명과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리튬을 비롯해 칼륨, 붕소 등 희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고, 해발 고도와 기후 덕분에 극한 환경을 견디는 미생물 군집도 발견된다. 플라밍고 서식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인근 염호와 습지로 매년 수천 마리의 홍학이 몰려든다.
최근 들어 우유니에서는 소금 채굴뿐만 아니라 리튬 개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땅을 지키려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유니의 고요함과 비현실적인 풍경은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온전하게 유지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개발과 자연 보존 사이의 절충점을 모색하고 있다.
끝없는 하늘 아래 서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백색의 소금 사막, 비가 내리면 물 위로 내려앉는 하늘. 이곳에서는 땅과 하늘의 경계가 흐려지고, 보는 이의 사고도 낯선 경험 앞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살라르 데 우유니는 단순한 관광지 그 이상이다. 이 땅 아래에는 소금 외에도 방대한 양의 리튬이 매장돼 있으며, 이 자원은 오늘날 살라르 데 우유니를 자연의 경이와 인류의 욕망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