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의 암각화(Saharan rock art) – 사하라에 남은 고대 인류의 기억

알제리 타실리 난아제르 국립공원

알제리 타실리 난아제르 국립공원

By Akli salah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하라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지만, 이 풍경은 인류의 시간 규모에서 보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결과다. 수천 년 전, 지금의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지대에는 물이 흐르고 초목이 자라던 사바나가 펼쳐져 있었다. 코끼리와 기린, 악어 같은 대형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던 생태계였다. 이 지역의 사암 절벽에 남은 암각화는 그 풍경을 낯설 만큼 선명하게 증언한다.

사암벽에 남은 기록들

타실리 난아제르 탄주마이탁에서 발견된 동물 형상 암각화

알제리 타실리 난아제르 탄주마이탁에서 발견된 동물 형상 암각화 (신석기 시대에 제작 추정)

By IssamBarhoumi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하라의 암각화는 알제리의 타실리 난아제르(Tassili n’Ajjer), 리비아의 타드라르트 아카쿠스(Tadrart Acacus), 그리고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타카르코리(Takarkori)의 유적에 넓게 분포한다. 모두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이라, 그만큼 손상 없이 남아 있는 그림들이 많다.

타드라르트 아카쿠스의 암각화

타드라르트 아카쿠스의 암각화로 (기원전 12,000년부터 기원후 100년 사이 제작 추정)

by Luca Galuzzi, modified by Tomer T, CC BY-SA 2.5, wikimedia commons.

벽에는 기린과 코끼리 같은 초식동물, 사자와 표범 같은 맹수, 그리고 악어 같은 물가의 생물이 그려져 있다. 특히 일부 벽화에는 지금은 멸종한 고대 물소(Bubalus antiquus)의 모습이 등장해, 당시 생태계가 지금과 전혀 달랐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모습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어떤 도상은 의례적 장면을 보여주거나 현실의 존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형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 그림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당시에 이곳을 살아간 사람들이 바라본 세계와 그들의 일상, 상징체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기록물이다.

그림을 남긴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이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과 유물은 오늘날 북아프리카 주민들과는 다른 유전적 배경을 가진 집단이 이곳에 살았음을 보여준다. 타카르코리 유적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사바나 환경에 적응하며 고유한 생활방식을 유지한 집단이었으며, 기후가 건조해짐에 따라 이동하거나 다른 집단과 섞인 것으로 보인다.

알제리 타실리 난아제르에서 발견된 인간형 암각화

알제리 타실리 난아제르에서 발견된 인간형 암각화 (제의 장면 묘사 추정)

By Salaheldine2300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하라가 지금과 같은 사막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단순한 지역적 변화가 아니라, 기후 시스템 전체의 큰 전환점과 맞물려 있다. 약 5천 년 전 북아프리카의 몬순이 약화되면서 비가 줄고, 초목이 사라지고, 물길이 말랐다. 이 변화는 인간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 흐름이 암각화 속 동물 구성의 변화나 생활 도구의 흔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기후 변화와 인류의 이동

사하라 암각화는 단지 예술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 그림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생태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사람들은 더 살기 좋은 지역을 찾아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거나 기존 집단이 해체되었다. 인류의 초기 이동 경로와 문화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이 자료들이 중요한 이유다.

사라진 풍경을 이해한다는 것

사하라의 암각화는 널리 알려진 유적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인류사의 중요한 한 장을 보존한 현장이다. 지금은 사막으로 덮인 땅에 한때 사바나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변화의 속도가 결코 느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라진 풍경을 읽어내는 일은 결국 오늘을 이해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사하라의 암각화는 그 오래된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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