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카사 밀라(Casa Milà)에서 바라본 모습.
By Bernard Gagno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바르셀로나(Barcelona)를 대표하는 풍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거대한 첨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독특한 성당이 떠오른다.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이다. 1882년 착공한 이 성당은 140년이 넘도록 건축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완성 건축물이다.
140년 넘게 이어진 건축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은 1882년 3월 19일 시작되었다. 처음 설계를 맡은 사람은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였으며, 당시에는 전통적인 고딕 양식의 성당을 계획했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초상 사진
By Pau A. Deglaire,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하지만 착공한 지 1년 만에 그는 공사에서 물러났고, 1883년 젊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1852~1926)가 새로운 총괄 건축가로 임명되었다. 이후 성당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우디는 기존 설계를 거의 모두 바꾸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건축을 구상했다. 그는 이 성당을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니라 신앙과 자연, 예술이 하나가 되는 독창적인 건축물로 만들고자 했다.
가우디는 생전에 “나의 의뢰인은 서두르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의뢰인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미했다. 이 말처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되는 건축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가우디와 자연의 건축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을 그대로 건축 속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가우디는 직선보다 곡선을 선호했고, 자연 속에는 완전한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당 내부에는 나무줄기처럼 갈라지는 기둥이 숲을 이루듯 서 있으며, 천장은 나뭇가지가 서로 맞물려 숲속을 올려다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속죄성당
By Jiuguang Wang,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기둥과 천장뿐 아니라 창문, 계단, 첨탑의 형태에도 식물과 동물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과 기하학적 구조가 적용되었다. 이러한 설계는 생체모방(Biomimicry)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내부를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는 모습 역시 가우디가 의도한 중요한 건축 요소이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은 성당 내부를 하나의 살아 있는 공간처럼 보이게 만든다.
세 개의 파사드가 들려주는 이야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히 웅장한 외관을 가진 성당이 아니다. 성당의 세 방향에는 각각 다른 의미를 담은 세 개의 파사드(façade)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표현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çade)
By Julian Lupyan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가장 먼저 완성된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çade)는 예수의 탄생과 희망, 생명을 상징한다. 꽃과 나무, 새와 동물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한 섬세한 조각이 가득하며, 가우디가 직접 설계를 감독한 유일한 파사드이기도 하다. 그의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부분으로 평가받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çade)
By Bernard Gagno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반면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çade)는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처형을 표현한다. 장식은 절제되어 있고 직선적인 형태가 강조되며, 각진 조각과 차가운 분위기를 통해 죽음의 고통과 비극을 강하게 드러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영광의 파사드(Glory Façade),
By Jordiferrer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현재도 건설이 이어지고 있는 영광의 파사드(Glory Façade)는 예수의 부활과 영광, 인간이 신에게 이르는 길을 상징한다. 성당의 정문 역할을 하게 될 이 파사드는 현재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완공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대표하는 입구가 될 예정이다.
완성을 늦춘 이유
많은 사람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완성되지 않았는지 궁금해한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건설 자금이다. 이 성당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개인과 신자들의 기부금으로 건설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던 초기에는 공사 속도가 매우 느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1926년 가우디가 전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공사는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성당의 일부만 완성된 모습을 본 채 생을 마감했으며, 이후 제자들이 그의 설계를 이어받아 공사를 계속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Spanish Civil War)이 발발하면서 작업장은 큰 피해를 입었다. 가우디가 남긴 설계도와 석고 모형 상당수가 파괴되었고, 이후 건축가들은 남아 있는 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설계를 복원해야 했다.
최근에는 컴퓨터 설계(CAD), 3D 모델링, 디지털 제작 기술이 도입되면서 공사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되고 관광 수입이 감소하면서 완공 일정도 다시 늦춰졌다.
바르셀로나의 상징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속죄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
By MARIA ROSA FERRE,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가우디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내부에 들어서면 숲속을 걷는 듯한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만들어 내는 장관은 다른 어떤 성당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중앙 첨탑이 높이 약 172.5m에 이르러 성당의 가장 높은 부분이 될 예정이다. 가우디는 인간의 작품이 자연보다 높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보다 낮은 높이로 설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무리하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히 오래 짓고 있는 건물이 아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평생을 바쳐 설계한 작품이자, 자연과 종교,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1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공사를 이어 왔고, 그 과정 자체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역사이자 가치가 되었다. 완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 성당은 이미 세계 건축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걸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깊은 감동을 전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