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가사의, 피치 레이크(Pitch Lake)

검은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피치 호수의 풍경

피치 레이크(Pitch Lake) ᅳ 트리니다드 경제의 핵심 자원

By Martina Jackso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지구가 품은 검은 거울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Trinidad and Tobago) 남서쪽, 트리니다드 섬의 라 브레아(La Brea) 지역 한가운데에는 지구의 비밀을 품은 듯한 검은 호수 하나가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피치 레이크(Pitch Lake)라 불리며,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천연 아스팔트 호수로 알려져 있다.

면적은 약 44헥타르, 깊이는 최대 76미터, 그 안에는 1천만 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스팔트가 고요히 숨 쉬고 있다. 사람들은 그 엄청난 양을 강조하며, 이 호수 하나만으로도 세계의 아스팔트 수요를 60년간 충당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네스북은 피치 레이크를 “세계 최대의 천연 아스팔트 호수”로 등재했다.

신들의 벌로 생겨난 호수

전설에 따르면, 오래전 이 땅의 원주민인 칼리나고(Kalinago) 족은 신이 가장 신성하게 여긴 벌새(Colibrí)들을 잡아 먹는 죄를 저질렀다. 분노한 신들은 대지를 갈라버렸고, 그 균열 속에서 끓어오르는 검은 액체가 솟구쳤다. 그것이 바로 피치 레이크의 시작이었다.

수백 년 뒤, 16세기 영국의 탐험가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이 전설 속의 황금의 땅 엘도라도(Eldorado)를 찾아 나섰다가 현지 부족의 안내로 이 호수를 발견했다. 그는 신화보다는 실용에 주목했다. 끈적거리는 검은 물질이 배를 수리하기에 완벽한 자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날 이후 피치 레이크는 신화와 기술이 만나는 경계선에 서게 되었다.

연못의 어머니라 불리는 피치 호수에서 나뭇가지로 아스팔트를 떠 보이는 사람

현지인들이 ‘호수의 어머니’라 부르는 트리니다드의 피치 레이크

By Jw2c – Own wor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생명이 사는 아스팔트

피치 레이크의 신비는 단지 외형에 있지 않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미생물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햇빛도 산소도 없는 깊은 층에서 탄화수소를 분해하며 생존한다. 이 발견은 곧, 토성의 위성 ‘타이탄(Titan)’에 존재하는 비슷한 호수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피치 레이크는 지구 위의 ‘우주생물학 실험실’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얻은 미생물 샘플을 통해 “지구 밖 생명은 어떤 조건에서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 한다.

지구의 심장이 숨 쉬는 곳

현지 사람들은 오늘날 피치 레이크를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The Eighth Wonder of the World)”라 부른다. 관광객들은 호수 위를 직접 걸을 수 있다. 지표면은 놀랍도록 단단하지만, 발아래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탄성이 느껴진다. 가끔 아스팔트 사이에서 기포가 터지며 뜨거운 온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ᅳ 마치 지구의 심장이 아직도 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피치 레이크는 단순히 굳어버린 천연 자원이 아니다. 그곳은 신화와 과학, 생명과 시간이 공존하는 거대한 생명체다. 지구가 수천 년 동안 품어온 검은 숨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하의 석유층에서 새로운 아스팔트가 천천히 밀려 올라오며, 호수는 오늘도 그 모습을 고요히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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