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수도 사나(Sana’a) ᅳ 고원 위에 형성된 도시

예멘의 수도 사나 전경

예멘의 수도 사나 외곽과 주변 산지를 아루르는 조망

By alimkasim, CC BY 3.0, wikimedia commons.

고원 위의 도시 ‘사나’

예멘(Yemen)의 수도 사나(Sana’a)는 해발 약 2,300미터 고원에 자리하고 있다. 누쿰 산(Djebel Nuqum) 기슭에 위치한 이 도시는 산악 지대에서 흘러내리는 수자원과 계절성 강우의 영향을 받아, 주변 지역보다 비옥한 환경을 갖췄다. 이러한 자연 조건에 더해, 사나 사람들은 계절성 물을 다스리기 위한 지하 수로 체계를 구축하며 도시의 기반을 마련했다. 사나의 성장은 지리적 이점과 인간의 물 관리 기술이 결합된 결과였다.

사나의 시가지 풍경

예메의 수도 사나 (1993년)

By loose_grip_99,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성벽 안의 밀집된 도시 구조

사나는 오랜 기간 히즈라(hijra, 부족 분쟁이 금지된 보호구역)로 기능했던 폐쇄된 도시였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내부에는 다층의 주거 건축이 밀집해 들어섰고, 오늘날 구도심(old city)으로 남은 이 영역은 현대 수도 전체 면적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좁은 공간에는 사나의 역사와 도시 구조가 가장 농밀하게 응축되어 있다.

구시가지 풍경

예메의 수도 사나의 구시가지

By Dan from Brussels, Europe,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구도심을 특징짓는 것은 타워형 주택(tower houses)이다. 기단부에는 돌을 사용하고 상부에는 생토 벽돌을 올린 구조로, 집들은 서로 맞닿아 하나의 연속된 도시 풍경을 만든다. 외벽에는 화산석과 석회암이 교차하며, 알라바스터 채광창(alabaster oculi)과 목재 무샤라비야(mashrabiya), 석고 장식이 더해진다. 이러한 장식은 미적 요소인 동시에 신앙과 환대, 그리고 거주자의 사회적 위상을 드러내는 표식이었다.

생활과 교역의 중심지

주택 내부의 공간 구성은 비교적 일정했다. 하층은 가축과 저장을 위한 공간, 중층은 일상생활, 상층은 성별과 기능에 따라 구분되었다. 18세기 이후에는 옥상에 사교 공간인 마프라즈(mafraj)가 추가되며 주거 공간은 사회적 기능을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사나는 또한 대상로가 교차하던 요충지였다. 수크(souk, 아랍권 전통시장)와 간헐 하천인 사일라(Saïla)는 도시 활동의 중심 축이었고, 함맘(hammams, 공중목욕탕)과 카라반사라이(caravanserais, 상인 숙소), 그리고 자마 알카비르 대모스크(Jama’a al-Kabir)는 상업과 종교, 공동체 생활을 지탱했다. 이 도시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교역과 종교, 생활이 결합된 체계였다.

시간 속에서 남은 도시

사나의 도시 성벽 잔존 구간 사진

사나의 도시 성벽 잔존 구간 일부

By LBM1948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12세기 말 아이유브 왕조(Ayyubids)는 성벽을 정비해 도시의 윤곽을 굳혔고, 19세기에는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의 행정 거점이 되며 비르 엘 아자브(Bir El Azab, 성벽 밖 구시가지)로 대표되는 새로운 구역이 더해졌다. 20세기 후반 이후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구도심은 인구 압력과 노후화, 현대적 증축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겪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나는 과거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다. 복원과 연구, 제한적 정비가 이어지며 도시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에 의해 확인되어 사나 구시가지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사나는 단일한 시기의 유산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인간의 개입, 정치와 생활 방식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나는 과거의 유산이자, 문화유산이 시간과 더불어 어떤 조건 속에서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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